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차량 수요 감소로 세계 자동차 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 자동차 업계 ‘빅 3’는 “구제금융이 없으면 재앙이 있을 것”이라며 미 정부에 ‘협박 반, 애원 반’ 손을 내밀고 있다.
현재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내년도 임원 임금 삭감을 결정한 데 이어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나머지 일본 업체들도 대부분 감원(減員)과 감산(減産)을 결정했다. 영국 자동차 생산업체와 딜러를 대변하는 자동차제조자딜러협회(SMMT)도 최근 자국(自國)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고가차를 생산하는 독일 자동차 회사들도 생산량 조절에 들어가는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 부진 홍역을 앓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GM대우자동차는 재고량 조절을 위해 연말에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쌍용자동차는 잉여 인력 350명에게 유급 휴직을 주는 방식으로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실물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감원, 감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그나마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만 미국 공장 생산량을 줄인 것 외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늘어난 소형차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덕분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동안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형차 생산 비중을 높이지 않았던 선진국 업체들이 소형차에 눈을 돌리면 현대·기아차가 현재 갖고 있는 장점이 상당 부분 희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대·기아차가 고질적인 노사 분규로 자주 생산 차질을 빚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이번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품질 향상’과 함께 ‘노사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대·기아차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할지, 아니면 ‘그렇고 그런’ 자동차 업체로 전락할지가 여기에 달린 것 같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