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측은 왜 노건평 씨를 찾아갔을까.
2005년 5, 6월 긴박했던 농협의 증권사 인수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이 같은 의문점이 풀린다.
농협은 2003년 11월 내부적으로 증권사 설립팀을 만들었다. 그러나 증권사 신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2004년 1월 중소 규모 증권사 인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때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과 인수계약 직전 단계까지 갔지만 2004년 12월 협상이 결렬됐다. 가격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후 농협은 다수의 증권사를 상대로 경쟁을 붙이는 방법을 택했다. 2005년 1월 중소 규모 증권사 13곳에 인수 의향서를 보냈고 세종증권, SK증권, 브릿지증권, KGI증권 등 4곳이 유력 후보군으로 압축됐다.
2005년 5월경 농협은 세종증권과 SK증권 중에서 택일한다는 방침이었다. 세종캐피탈로서는 경영 상태가 좋지 않던 세종증권을 매각하려는 의사가 강했지만, 그렇다고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한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었다.
세종캐피탈로서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농협 측에 특별한 ‘처방’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특히 최종 결정권자인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의 결심을 얻어내는 데에 정 전 회장과 친분이 있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형인 노 씨만 한 카드는 없었다.
2005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농협이 세종증권과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증권업계에서는 농협 측으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세종증권은 원래 사이버트레이딩 쪽으로 특화돼 있던 증권사여서 100조 원에 이르는 농협의 운용자산 관리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