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짓고 있는 ‘서울대 최초의 한옥(사진)’이 허가 받지 않은 불법 건축이라는 이유로 완성된 후 곧바로 철거될 운명에 처해졌다.
지난 9월 말부터 서울대 관악 캠퍼스 공대 강의동 뜰에서는 14.58㎡크기의 두 칸짜리 한옥이 세워지고 있었다. 이 학교 건축학과 전봉희 교수가 ‘한국건축사연구방법론’ 수업의 일환으로 대학원생 20명과 한옥 짓기 실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옥은 직접 지어보지 않고서는 설계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기획된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지난 12주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나와 작업을 했다.
국내 건축학과에서 수업 시간에 한옥을 짓는 일도 처음일뿐더러 완성된 건물은 서울대 최초의 한옥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장들도 한 걸음에 달려왔다. 이재호 도편수(우두머리 목수), 여영대 부편수, 이근복 번와장(기와장인), 심용식 창호장 등 각 분야 장인들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며 도움을 줬다.
완공 예정일은 오는 12월 13일. 전 교수는 이 한옥을 서울대 학생들에게 세미나 장소나 휴게실로 제공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 한옥은 불법으로 건축됐다는 이유로 허물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전 교수가 건물 신축 전 행정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본부에 따르면 학내에서 건물을 지으려면 서울대 본부 기획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이후 서울대와 관악구청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 10월 본부 측은 기초 공사를 완료한 상태에서 현장을 목격하고 문제 제기를 했다. 본부는 최근 전 교수에게 “해당 건물은 본부와 관악구청의 심의를 받지 않았으니 수업이 끝나면 철거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전 교수는 “학생 실습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봤다. 일단 수업 과정이므로 일단 12월까지 완공하고 수업이 끝나면 해체 수순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한옥은 조립식 건물이기 때문에 이후 적당한 장소가 물색되면 절차를 밟아 다시 조립할 생각”이라며 “학교에서 허락지 않으면 교외 다른 곳에 옮겨갈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본부 측은 “절차에 따라 신축 관련 허가를 받으면 학교 내 어디라도 한옥 건물이 들어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직격인터뷰]‘서울대에 한옥짓기’ 전봉희교수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