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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끊긴 보육원 “간식도 못줄 정도”

입력 | 2008-11-26 17:08:00


최근 경기 북부의 한 보육원은 하루 두 차례 지급되던 간식이 한 차례로 줄어드는 날이 부쩍 늘었다.

이 보육원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후원이 훨씬 줄어 후원금은 60% 정도, 후원물품은 70% 정도가 줄었다"며 "그나마 공공기관의 후원은 꾸준한 편이지만 일반 개인과 기업체의 후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부모 없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보육원, 고아원 등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40명의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경북 영천시의 희망원은 올 한 해 동안 후원자와 아이들을 1대1로 연결해 후원하는 결연이 단 한 건도 없다.

이 보육원 이상근 원장은 "결연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경기가 어려워진 탓인지 결연 외에도 일반 개인의 후원은 아예 끊어졌다"고 말했다.

희망원은 영천시에서 받는 예산 외에 올해 받은 후원금은 교육청, 세무서 등 관공서에서 전해온 400여만 원이 전부다. 지난해 600여 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 가량이 줄어든 액수.

이 원장은 "간간히 자원봉사 하러 오시는 분만 있을 뿐 물품을 들고 오는 위문이 없다"고 말했다.

한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우리들 사이에선 '차라리 선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며 "선거철에는 후보들이 사진이라도 찍으러 보육원, 고아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아동보호시설은 예산의 70% 정도를 정부 지원으로, 30% 정도를 자체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올해엔 70% 남짓한 예산만으로 시설을 꾸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소외계층 아동을 지원하는 한국어린이재단의 올해 10월까지의 개인 및 단체 후원금은 2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었다.

한국어린이재단 마케팅본부 이선영 팀장은 "올 한해 전반적인 경기 불황으로 개인 후원금과 개인 후원자가 줄었다"며 "내년에도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소액 후원 중심의 홍보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원은 줄고 있지만 아동보호시설에 위탁되는 아이들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경기북부 일시보호소의 경우 0~7세 미취학 아동의 수가 지난해 179명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204명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서울 동작구 S보육원의 한 교사는 "부모님들이 형편이 어려워도 견딜 수 있는 한 견뎌보기 때문에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에 보호 아동이 더 늘게 될 것"이라며 "정부 예산과 개인 후원이 내년에는 좀 늘었으면 좋겠지만, 내년 역시 경기가 어렵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