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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奇文共欣賞, 疑義相與析

입력 | 2008-11-27 02:59:00


奇(기)는 大(대)와 可(가)를 합한 회의자로 奇異(기이)하거나 奇怪(기괴)하다, 奇特(기특)하거나 奇拔(기발)하다는 뜻이다. 드물거나 뜻밖이라는 뜻과 불운하다는 뜻도 있으며, 동사로 쓰이면 기이하게 여기다의 뜻이 된다. 奇數(기수)는 홀수, 偶數(우수)는 짝수이다.

欣(흔)은 기뻐하다의 뜻이다. 기쁘면 기운을 내뿜어 소리를 내므로 입에서 기운이 나오는 것을 나타낸 하품 欠(흠)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斤(근)은 발음요소이다. 欣然(흔연)은 기뻐하는 모양, 欣快(흔쾌)는 기쁘고 유쾌함이다. 여기서의 賞(상)은 鑑賞(감상)하다 또는 마음에 들어하다의 뜻이다. 欣賞(흔상)은 기뻐하며 즐겨 감상한다는 뜻이다.

疑(의)는 의심 또는 의심하다, 미혹되다, 머뭇거리다의 뜻이 있다. 어린아이가 막힌 길에서 갈 곳을 반복하여 비교하는 것을 나타냈다고 풀이한다. 갑골문에서는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길을 나가 하늘을 살피는 것을 나타냈다. 相與(상여)는 같이 또는 공동으로의 뜻이다. 析(석)은 木(목)과 도끼 斤(근)을 합했다. 쪼개거나 가르다, 分析(분석)하다의 뜻이다.

전원시인 陶淵明(도연명)은 새로 이사하여 기대에 부풀었다. 집이 좋아서가 아니다. 마음이 소박한 사람들과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과 더불어 좋은 글이 있으면 함께 감상하고 아리송한 구절은 이리저리 같이 궁리해볼 것이다.

편안한 집에 주변마저 근사하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뜻이 맞고 마음 소박한 이웃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문학이면 어떻고 또 바둑이나 음악이면 어떠랴. 팍팍한 생활 속에 수시로 어울리며 취미를 공유하고 또 서로 얻어 들으며 즐길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그건 분명 삶의 큰 낙이 아닐 수 없다. ‘移居(이거)’ 두 수 중의 첫 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