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읽기광… 마니아 수준 취미 몰입도
KAIST 입학본부는 이달 초 신입생 합격자 발표 이후 학부모와 교사들의 항의전화에 진땀을 뺐다. 도대체 선발기준이 뭐냐는 것. 내신 최상위 등급을 받은 특목고 학생 상당수가 탈락한 반면 내신 5등급인 일반고 학생이 합격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KAIST는 지난해부터 하루 종일 심층면접을 거친 뒤 합격자를 가리는 파격적인 입시전형을 선보였다. 본보는 KAIST 면접에서 최상위권 점수를 받은 예비신입생 7명을 찾아 공통점을 살펴봤다. 이 중 5명은 서류전형의 열세를 뒤집고 최종 합격했다. KAIST에 따르면 이 같은 학생이 전체 합격자의 14.5%를 차지했다.
이들은 인문·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독서와 신문 읽기를 즐겼다. 초등학생 때 500권이 넘는 책을 읽은 A 군은 지금도 하루에 한 권씩 독파하는 지독한 독서광이다. B 양은 주말에 몰아서 대여섯 권씩 읽는다. C 양은 매일 논조가 다른 신문 2개와 영자신문 1개를 정독하고, D 군은 사회 쟁점이 있을 때마다 여러 신문의 기사를 찬반으로 나눠 꼼꼼히 스크랩한다.
B 양은 “다방면의 독서가 인문과 과학이 결합된 주제를 토론하거나 돌발 질문을 받을 때 당황하지 않고 나만의 시각을 소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니아 수준으로 몰입하는 취미가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A 군은 원자력발전소 인근 해파리를 쫓는 장치나 적조 방제에 쓰이는 황토분사장치를 만들어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B 양은 수준급의 바이올린 실력을 자랑하고, E 군은 틈날 때마다 네 컷 만화를 그린다. 곤충 마니아인 F 군은 한때 200여 마리의 곤충을 키웠다.
F 군은 “주제발표 시간에 키우고 있는 장수풍뎅이 한 마리를 면접관에게 내밀었다”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내 자신을 애벌레에 비유해 KAIST에 꼭 입학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자녀가 지방 일반고 출신에 내신도 최상위권이 아니었지만 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모 명문대 수시전형에서 1차 탈락하는 걸 보면서 한국의 입시제도에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점수로 줄 세우는 획일적인 잣대 대신 아이의 가능성을 보고 뽑아준 KAIST에 놀랐다”고 말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