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성공단사업 중단 위협 앞에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모색해도 부족할 판에 무책임한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그제 북한 체제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난하는 대북(對北) 전단(삐라)을 계속 살포하겠다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을 ‘매국단체’로 몰아붙였다. 방일(訪日) 중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꾸라고 요구했고, 여야 일부 의원은 대북 특사 파견을 촉구했다.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는 잇따른 북한 측의 강경 대응으로 미루어 볼 때 북한체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게 과연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느냐는 문제 제기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 자체는 북한의 개혁 개방을 염원하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대변인은 “국익을 해치고 국민 정서와 정반대되는 황당한 행동”으로 매도했다.
정부도 그동안 전단 살포를 자제해 주도록 백방으로 설득했고 심지어는 법으로까지 규제하려고도 했다. 민간단체들이 알아서 전단 살포를 중단한다면 몰라도 정부가 강제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매국’으로 몬 것은 제1야당의 대변인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정 대표가 일본 와세다대 초청 강연에서 “이명박 정부도 결국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룩한 대북정책의 성과를 계승하고 그 기조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국에 나가서까지 북한의 주장을 두둔하는 모양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 대표의 발언은 이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다시 햇볕정책으로 돌아가 북한에 퍼주고 굽실거리면 핵문제도 풀리고 관계도 좋아지는지 한 번쯤 자문(自問)해 보기 바란다.
무책임하기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표를 북한에 특사로 보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을 ‘역도’라고 부르고, 우리 측의 대화 제의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굴복’을 강요하는 북한에 다시 머리를 조아리라는 말인가. 그렇게 해서 평양에 다녀온들 투항(投降) 사절 이상의 의미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