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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선거 전후로 대형 테러 왜?…존재 확인, 영향력 과시

입력 | 2008-11-28 02:59:00


■ 브루킹스硏 상관관계 분석

‘대형 테러는 왜 중요한 선거를 전후해 일어날까.’

인도 뭄바이에서 26일 사망자만 100명이 넘는 무차별 총격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주요 선거 때마다 테러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재연됐다.

이번 테러는 미국 대선(11월 4일)이 치러진 지 20여 일 만에 일어났다.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해 12월 파키스탄 총선 직전 유세 중 자살폭탄 테러와 총격을 받아 숨졌다. 2004년 3월 스페인 마드리드 기차역 폭탄테러 사건은 스페인 총선을 3일 앞두고 일어났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1993년 2월에도 미국 월드트레이드센터(WTC)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전략적 테러방지대책’ 보고서에서 선거와 대형 테러의 상관관계에 대해 “그동안의 테러 행태를 살펴보면 테러범들이 선거 전후를 적절한 활동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 10월 미국 대선을 3주 앞두고 예멘에서 발생한 미 해군구축함 콜호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 사건이나 2004년 9월 호주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인도네시아 호주대사관 폭탄테러 등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보고서는 “테러범들은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선거가 벌어지는 시점을 택해 자신들의 존재와 영향력을 확인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4년 스페인 총선은 190명 사망에 19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유례없는 테러로 선거 결과가 뒤집힌 대표적 사례다. 당시 야당이던 사회노동당은 선거 기간 내내 집권당인 국민당에 뒤졌지만 테러 이후 정부 대처에 실망한 국민들이 표심을 바꾸면서 마침내 집권했다.

스페인 정부는 테러 용의자로 바스크 분리주의자 단체(ETA)를 지목했지만 알 카에다가 “스페인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한 보복”이라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자 파병을 결정한 스페인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