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달러 걸’ 신지애(20·하이마트)에게 쏠리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4일(한국시간) “박세리 이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한국 선수”라며 대서특필했다. ADT챔피언십 마지막 날 경기에서 신지애와 함께 우승 경쟁에 나섰던 캐리 웹(호주)도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았고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내년 LPGA 투어에서 톱5에 들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고 신지애를 극찬했다.
신지애의 활약은 과거 박세리와(31) 비슷하다. 박세리가 1998년 IMF로 시름하던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신지애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박세리의 활약에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수출한 최고의 상품”이라며 극찬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박찬호와 함께 한국의 스포츠영웅”이라고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박세리와 같은 21살 나이에 국내를 넘어 세계의 ‘지존’을 넘보는 신지애와 ‘골프여왕’ 박세리, 과연 누가 더 셀까?
세리 명품아이언샷-지애 컴퓨터 드라이버샷 ‘짱’
박세리의 장기는 정교한 컴퓨터 아이언 샷이다.
콤팩트한 스윙에서 뿜어져 나오는 명품 아이언 샷은 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24승을 따내는 원동력이 됐다.
박세리는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2000년을 제외하고 모두 70%가 넘는 그린 적중률을 보였다. 2001년 73.7%, 2002년73.2%, 2003년 72.4%를 유지했다.
박세리보다 뛰어난 선수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밖에 없었다. 박세리는 특히 롱 아이언 샷이 좋다.
2004년 미국 골프매거진에서는 박세리의 롱 아이언 샷을 특집기사로 다루면서 “왼발 앞꿈치를 목표방향으로 차주고 무릎을 안쪽으로 밀어주면서 허리를 강하게 턴시키는 동작이 최고”라고 평가했다. “클럽 고유의 거리를 충분히 보내는 것은 물론 방향성까지 안정돼 그린을 놓치는 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지애의 드라이버 샷은 캐디 웹(호주)도 인정했다.
“페어웨이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긴장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며 신지애의 드라이버 샷에 혀를 내둘렀다.
오차가 거의 없는 신지애의 디지털 드라이버 샷은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신지애는 쉬지 않고 드라이버 샷을 500개씩 날린다. 보통의 골퍼는 50번만 쳐도 손이 저린다. 정확성은 일본의 골프관계자들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 이바라키현 PRGR의 테스트필드에서 신지애는 드라이버를 10번 쳐서 사방 1m 안에 8번을 떨어뜨리는 정확성을 보였다. 7년 연속 일본여자골프 상금여왕에 올랐던 ‘일본의 골프여왕’으로 불리는 후도 유리도 7개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PRGR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지애는 프로 데뷔 후 OB와 담을 쌓고 살았다. 3년 동안 단 2개에 지나지 않는다. 올 시즌 35개 대회에 출전한 신지애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무려 84.9%에 달한다.
‘역전의 여왕’ 세리-지애 막상막하
박세리와 신지애 둘 다 배짱과 집중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누구를 만나든 주눅 들거나 기죽지 않는다.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는 일도 없다. 마지막 날 선두로 출발하면 기필코 우승으로 연결시킨다.
박세리는 1999년 7월 제이미파 크로거클래식에서 LPGA 사상 최다인 6명이 연장전에 진출했다.
캐리 웹, 카린 코크, 켈리 퀴니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한 박세리는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뽑아내며 5명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배짱과 집중력, 승부근성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박세리는 5차례 연장 승부를 치러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신지애의 배짱도 만만치 않다. 집중력도 뛰어나다.
신지애는 ADT챔피언십 마지막 날 경기에서 베테랑 캐리 웹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여 웹을 당혹케 만들었다. 웹은 “신지애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도대체 우승 상금이 100만 달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신지애의 배짱에 놀라워했다.
신지애는 “긴장은 하지만 긴장을 즐기면 플레이가 편해진다”며 배짱 플레이의 비결을 털어 놓았다.
LPGA 24승 세리가 한수위… 가능성엔 지애
기록만 놓고 보면 박세리가 앞선다.
하지만 가능성을 따지면 신지애에게 무게가 쏠린다.
메이저대회 5승, 명예의 전당 헌액 등 박세리의 기록은 전무후무하다. 1998년엔 골프선수 최초로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고,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를 빛낸 스포츠스타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LPGA투어에서만 총 24승을 따냈고 국내에서도 7승을 올렸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30회가 넘는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박세리가 우승할 때마다 한국여자골프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다.
신지애는 기록이란 기록은 모조리 갈아 치우고 있다.
프로 데뷔 3년 동안 국내외에서 거둔 승수는 모두 23승이다. 23승 중 3승은 LPGA 무대에서 따냈다.
LPGA 투어에서 비회원이 한 시즌 3승을 따낸 선수는 신지애가 유일하다. 게다가 메이저대회(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우승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가 신지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초긴장 상태다. “내년 LPGA 신인왕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팬들의 기대는 그 이상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인왕 경쟁은 적수가 없다. 목표는 월드 넘버원이다.
신지애는 올 시즌 LPGA 투어 11개 대회에 출전해 3승을 따내 30%의 승률을 보였다. 내년 시즌 최소 25개 대회에 출전한다고 가정하면 7승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7승은 올 시즌 로레나 오초아가 거둔 승수와 같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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