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프로기사 이창호 9단의 열애기사가 본지에 보도되면서 각 일간지와 포털 사이트에 ‘핑크빛’ 불이 확 붙었다.
누리꾼들은 ‘드디어 한국바둑계의 숙원이 이루어졌다’며 환호작약하는 분위기이다. ‘9.11테러보다 더 큰 뉴스. 말 나온 김에 속전속결로 끝내시길’, ‘이창호다운 빈틈없는 끝내기 수순으로 결혼까지 골인하시길’, ‘바둑만큼 아름다운 사랑 만드세요’, ‘도윤양, 우리 국보 잘 보살피세요’ 등 축하의 답글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9단의 상대는 알려진 대로 명지대 바둑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도윤(22) 씨. 학생 신분이지만 뛰어난 바둑실력과 글 솜씨, 취재 능력을 인정받아 바둑인터넷사이트 세계사이버오로에 조기취업해 기자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 한 달 여 전부터 암암리에 바둑계에 퍼져 있었다. 누군가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장면을 포착하기라도 하면 거의 실시간에 메신저를 통해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던 것.
26일 저녁 사이버오로에서 만난 이도윤 씨는 두 사람의 연애사실이 언론을 통해 불거질 것이라는 데 대해 걱정하면서 가급적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중 걸려온 전화를 받기에 “혹시 이창호 9단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시인했다. 이9단이 “나도 당황스럽지만 잘 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였단다.
기자와 취재원 관계였던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지난 9월 대전광역시 유성구 삼성화재배 연수원에서 열린 제13회 삼성화재배였다.
호감을 갖게 된 두 사람은 연수원 내 헬스클럽에서 함께 운동을 하면서 탐색전을 가졌고, 급기야 이도윤 씨가 이창호 9단이 휴식시간에 지인들과 카드를 치며 긴장을 푸는‘사적 공간’을 방문하는 특종을 터뜨리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전 됐다. 지금까지 연애다운 연애 한 번 제대로 안 해본 ‘천연국보’ 이창호답게 두 사람의 데이트는 밥 먹고, 영화 보는 것이 거의 전부. 특히 두 달 조금 넘게 사귀는 동안 영화를 하도 많이 봐 이도윤 씨가 일일이 제목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두 사람 모두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술자리 데이트는 거의 없었다.
인터뷰 내내 말을 아끼던 이도윤 씨는 “이창호 9단도 두 사람 사이를 모두 인정했다”는 말에 얼굴을 붉혔다.
“이창호 9단의 어디가 좋은가?”라는 질문에 한 동안 머뭇거리더니 “세상에 이창호 국수님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해 왔다.
그러고 보니 딱히 할 말이 없다.
11월 제주도에서 열린 LG배에서도 두 사람은 화제가 됐다. 대회가 모두 끝나고 프로기사와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회식자리에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 이날 사람들이 “이거 두 사람이 사귀는 거 아냐?”했던 농담이 ‘진담’으로 판명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창호 9단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순백’의 노총각임을 인정하고 있다. 올해 서른셋이 된 이창호에게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스캔들 한 번 없었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 ‘세계바둑황제’이자 ‘전무후무한 반상의 기록제조기’ 이창호를 그냥 둘 리 없다. 이창호 9단도 지인들의 손에 끌려 소개팅 장소에 꽤 나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는 모두 불발.
무엇보다 이창호 9단 자신이 부담스러워 했고, ‘여자를 상대하는 법’에 익숙하지 않았다. 10여 년 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진기자 L 씨가 연기자 L 양을 소개한 일이 있다. 만나기로 약속을 다 해 놓았건만 이창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자와 L 양이 집 앞까지 찾아갔지만 이창호가 나오지 않았던 것.
당시 비교적 무명에 가까웠던 L양은 이후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스타가 됐고, 현재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L 씨는 말한다. “이9단은 주변의 소개로 꽤 많은 여자들과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람들도 제법 된다. 그런데 하루는 ‘여자가 마음에 들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대국을 하고 나서 몸이 안 좋아 약속을 취소하거나 하면 상대방이 짜증을 냈던 모양이다. 그런 것이 이9단을 힘들게 했다. 프로기사와 바둑을 이해하는 여성과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이창호 9단과 이도윤 씨를 지켜 봐 온 사이버오로의 정용진 이사는 “이창호 9단의 건강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심한 경우 바둑 한 판을 두고 나면 호텔방으로 돌아와 쓰러지다시피 하는 모양이다. 병원에서는 특별히 몸에 이상이 없다고 하니 그 동안 쌓인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본인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바둑국보 이창호 9단이 좋은 여성과 어서 결혼을 해 심적인 안정과 건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면서 이도윤 씨에 대해서는 “덜렁거리는 면이 있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예의가 바른 아가씨다. 일욕심이 많고 바둑기자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춘 재원이기도 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두 사람의 사랑은 바둑을 두어 가듯, 느리지만 두텁게 포석을 그려가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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