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강원 춘천에서 경찰 간부의 딸을 강간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15년간 옥살이를 했던 정원섭 씨가 28일 강원 춘천지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환호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고문과 조작에 의해 강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을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정원섭(74·목사) 씨가 법원의 재심을 통해 3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춘천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정성태)는 28일 1972년 강원 춘천시에서 파출소장의 딸(당시 11세)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간 옥살이를 한 정 씨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 경찰관들이 자백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폭행, 협박 내지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36년 동안 강간살인범이란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야 했던 정 씨의 기구한 삶은 2001년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19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된 정 씨는 1995년 항소심과 상고심의 국선변호인을 맡았던 고 이범열 변호사에게서 “언젠가는 꼭 재심을 해 보라”는 당부를 듣고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다. 정 씨는 박찬운(한양대 법대 교수) 변호사와 임영화 변호사를 찾아가 재심을 추진하게 됐다.
동아일보는 2001년 정 씨와 변호인단의 제보를 받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증인들과 수사 경찰관 등을 일일이 만나 진실을 파헤친 뒤 그해 3월 22일 첫 보도를 시작으로 10여 차례 심층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재심 권고를 내렸고 법원은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춘천=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