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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수첩]WBC 선수 차출 ‘몸 사리기 vs 애국심’

입력 | 2008-11-29 08:42:00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가 주관하는 세계적인 행사다. 메이저리그는 축구의 월드컵을 본따 2006년 첫 대회를 열었다.

원래 제1회 대회가 다 그렇듯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낸 게 사실이다. 대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출전국들의 볼멘소리도 컸다. 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가장 큰 소득을 얻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은 일본을 두차례나 꺾었으나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해 4강으로 만족해야 했다. 60개 안팎의 고교팀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을 보유한 국가들을 눌렀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쾌거였다.

메이저리그가 주도하는 WBC 대회에 실질적으로 각 구단들의 반응은 어떨까. 겉으로 드러내고 싫어할 수는 없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출전여부는 스스로 결정짓는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참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구단은 솔직히 반대다. 구단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이다. 제1회 대회 때도 WBC 참가 후 부상당한 선수들이 꽤 나왔다. 게다가 일정이 스프링트레이닝과 겹쳐 한 시즌에 대비해야 하는 훈련소화에 문제점이 드러난다. 미국팀은 원년 대회를 너무 안일하게 판단해 4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구단 입장에서 부상은 결정적이다. 선수들이야 국가를 위해서 뛰는 명분이 있지만 부상을 입었을 때 구단은 연봉만 주고 속앓이를 해야 한다.

NBA 댈러스 매버릭스 괴짜 구단주 마크 큐반은 MVP 출신 더크 노비츠키의 독일대표팀 출전을 결사 반대한다. “연봉은 내가 준다. 부상을 당했을 때 어떻게 보상을 받느냐”며 노비츠키의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출전 등에 줄곧 반대했다.

하지만 명분에 밀려 노비츠키는 독일대표팀으로 유로대회,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등에 출전했고 큐반의 우려와 달리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댈러스의 라이벌 샌안토니오는 부상의 직접 피해자다. 2006-2007 NBA 챔피언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시즌 초반 간신히 승률 5할대를 유지하는 것은 가드 마누 지노빌리의 발목부상 결장 때문이다. 지노빌리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 아르헨티나 대표로 출전했다가 발목부상을 입었다. 그렇다고 샌안토니오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팀의 제2회 WBC 대회 코칭스태프가 우여곡절 끝에 결정됐다.

이제는 선수 선발이다. 8개 구단은 선수 선발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명분이 약한 이번 대회에 선수가 부상 핑계를 내세웠을 때는 방법이 없다. 선수의 양심에 맡겨야 된다.

미국, 일본, 중남미 국가들은 선수층이 두꺼워 슈퍼스타들이 결장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한국은 다르다. 부디, 어려운 경제위기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좋은 소식들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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