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왔다. 외국인은 지난주 45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올해 8월 중순 이후 주간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15주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입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의 반등이고 둘째는 헤지펀드의 환매 및 청산 관련 매물이 정점을 통과한 것이다. 셋째는 주요 국가의 공격적인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번 외국인 매수가 반가운 것은 경상수지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 매도로 달러당 원화 환율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사흘 연속 공격적인 순매수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금요일 급락하며 마감했다.
물론 외국인 매수가 계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계 금융위기는 진행형이고 경기침체는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하지만 매수 전환이 아니라 매도 규모만 다소 줄어들더라도 국내 증시의 내부적인 수급으로 버틸 만한 상황이다. 연기금에 이어 개인 매수세도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2월 증시는 최소한 수급만큼은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지금 세계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각국 정부의 공격적인 부양 정책이다. 현재 미국만 총 8조 달러에 가까운 종합 대책(지급보증 포함)을 내놓고 있고 유럽이나 중국, 일본, 한국도 그 규모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각국 정부의 ‘입’이다.
국내에서는 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이나 유동성 추가 공급 등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대책이 기대된다. 또 지방 미분양 아파트 구입 시 양도세 면제를 추진하고 주택담보 대출자에게 정부가 보증을 통해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기로 하는 등 부동산 경기 안정을 위한 대책도 좀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이슈들이라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한편 미국은 자동차 빅 3의 운명이 결정될 한 주가 될 것이다. 미국 자동차 3사는 2일까지 자구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5일 청문회를 거쳐 8일 표결을 통해 자동차 회사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를 볼 때 파산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구안이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지원 자체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것이다. 지원이 확정되면 또 하나의 큰 시름을 덜게 되므로 시장 전체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다만 국내 자동차업체의 경우 긍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보호무역 조짐을 보이자 유럽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수출 장벽마저 높아지면 국내 자동차업체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