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구청에서 운영을 위탁한 사회복지관에 들렀다. 화장실 옆 휴지통이 놓여 있는 벽 쪽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웃는 소리와 화내는 소리, 부딪히는 소리의 주인공은 다문화가정 출신의 형제였다. 배를 맞으면서도 저항도 못하는 동생은 3학년쯤, 형은 5학년쯤 되어보였다. 남자아이들의 장난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어 짧게 타이르고 지나쳤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복지관 직원이 지나다가 잠깐 멈칫거렸다. 아직도 “하지 마!”라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직원은 5초쯤 쳐다보더니 자리를 피했다. 나는 다시 형에게 가서 “수영 잘하는구나. 오리발까지! 대단하네. 약한 동생을 때리면 안 되지, 누구한테도 치고 때리는 장난을 하면 안 돼요. 알았지?”하고 어깨를 살짝 눌러줬다. 형은 별일 아니라는 듯 “네”라고 대답했다. 내 아이 내 조카가 피하지도 못하고 맞고만 있었다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을까? 철부지 아이를 잘 타이를 줄 아는 어른이 부족한 사회를 살고 있어 씁쓸했다.
김애경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