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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영옥]4·19 유공자 예우, 5·18 유공자 수준으로

입력 | 2008-12-01 02:59:00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4·19혁명에 대해 자신은 참여자가 아니라 방관자였으며 비겁한 삶을 살았다는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4·19혁명 세대 인사의 모임인 ‘4월회’ 초청 강연회에서 “참회의 길을 좀 더 걸어야 4월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고백했다.

보훈정책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치 상황에 눈치를 보며 역사의 평가를 애써 외면하기로는 4·19혁명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조국을 위해 희생하거나 공훈을 세운 국민에게 국가가 응분의 예우를 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희생자나 공훈자 개개인에 대한 보답 차원을 넘어 국가 존립 및 발전과 직결되며, 온 국민에게 나라 사랑의 마음을 심어 주는 훌륭한 실물교육이 된다.

실상은 어떤가? 4·19혁명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던 시절, 학생들이 정권의 부정부패에 맞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 주권재민을 확립하고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보여 준 민주혁명이다. 우리 헌법도 전문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함으로써 독립운동과 4·19혁명 정신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맥을 같이하는 역사적 사건임을 천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군부정권은 1963년 4·19혁명 공로자에게 독립유공자에 해당하는 건국포장을 수여하고도 정작 국가유공자로는 지정하지 않았다. 이렇듯 4·19혁명은 군부세력의 위세에 눌려 그늘 속에 방치되었고, 숱한 질곡을 거쳐 민주정권이 탄생한 이후에도 계속 푸대접을 받았다. 김영삼 정부도 4·19혁명에 대한 정당한 평가에 인색했으며, 김대중 정부 역시 4·19혁명보다는 5·18민주화운동의 평가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공자 수를 보더라도 4·19혁명 참가자는 5·18민주화운동 참가자보다 200배 이상 많은데도 겨우 557명만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4004명에 이르는 5·18 유공자와 비교해 볼 때 불균형의 정도를 알 수 있다. 더구나 공식적인 4·19혁명 부상자 1820명 가운데 250명만 보훈대상자가 된 반면 5·18민주화운동 부상자는 2590명이 보훈대상자로 지정됐다. 두 사례를 비교한 이유는 보훈정책이 얼마나 4·19혁명을 홀대해 왔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지 5·18민주화운동을 평가절하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

보훈정책이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음에도 국가보훈처는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불공정한 보훈정책은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국가공동체의 단결과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 정부는 4·19 유공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5·18 유공자와 같은 수준으로 조정하고, 흐트러진 민주 역사를 4·19혁명 정신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박 대표처럼 4·19혁명을 생각할 때마다 역사의 회한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이 땅의 양식 있는 정치인은 후회와 반성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공정한 보훈정책 확립에 앞장서기 바란다. 그리하여 4·19혁명 공로자를 비롯해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정당한 예우를 받지 못한 공훈자의 고통과 억울함을 해소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