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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산책]이민정/취업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입력 | 2008-12-02 02:51:00


나는 현재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다. 취업뽀개기 사이트에 들르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4학년 친구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취업난 이야기를 나누며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를 걱정해주는 그런 날을 보내고 있다. 15곳에 원서를 넣었고, 다행히도 원하던 직장에 취직을 하게 됐다.

인턴이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남들보다는 편안하게 취직할 수 있었지만 관심 있었던 기업에 서류를 넣고 13번째 퇴짜를 맞았을 때는 앞날이 캄캄하기만 했다. 15군데 원서 넣고 뭘 그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15군데가 다 떨어지면 9학기를 준비하려고 했던 마음을 이해한다면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내 실력이 남보다 부족하고 나보다 우수한 인재가 많기에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그 후의 일이다. 인·적성 검사까지 마쳐 놓고 회사 사정으로 채용을 잠시 미루겠다는 기업의 메일을 받은 지원자의 심정은 어떠할지 생각해 보았는가? 채용 도중 갑자기 채용 일정을 중단하는 행위는 취업 준비생의 마음을 더욱 꽁꽁 얼어붙게 하는 일이 아닐까.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현재 취업난은 심각하다. 3학년 학생들이 취업 걱정에 심각하게 휴학을 고려할 정도니 말이다. 4학년 2학기 학생은 더 문제다. 9학기를 다니자니 부모님께 학비 부담을 주게 돼 죄송스럽고, 졸업이 오히려 취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졸업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이 현재 졸업을 앞둔 대학생의 고민이라고 생각된다.

4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했다면 원하는 곳에 취직하기는 쉽다는 말을 하곤 한다. 나도 그렇게 말하곤 했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취업시장을 겪고 나서 돌이켜보니 정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고 말하고 싶다. 어학점수, 성적, 외부 활동, 자격증을 갖추고도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낙방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왜 하필 졸업할 이 시점에 이런 위기가 닥쳤을까 하며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원망하기도 했다.

며칠 전 친한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2차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1시간 후 “언니 나 힘낼 거야! 더 좋은 곳에 가도록 최선을 다할래!”라고 문자메시지가 왔다.

지금도 어디선가 불합격 문자를 받고 좌절에 빠져 있을 지원자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힘내자, 다 같이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모두 견뎌내야 할 시기라고 위로하며 4학년 생활을 우울한 기억으로만 남기지 말자. 힘들어질 때마다 더 단단해질 수 있는 무쇠로봇 같은 사람이 되자. 나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은 기업이었다고 ‘쿨하게’ 넘겨버리자. 곧 다가올 행운을 잡을 수 있도록….

이민정 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