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는 처음 출전한 스킨스게임에서 정상에 오른 최경주가 10번홀(파4)에서 티샷을 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캐나다의 스티븐 에임스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이월된 상금까지 25만 달러를 챙겼지만 막판 역전극을 펼친 최경주에게 밀려 대회 3연패에 실패했다. 인디언웰스=AFP 연합뉴스
최경주 ‘LG스킨스’ 마지막 18홀서 짜릿한 우승
상금 41만5000달러 확보… 20% 자선재단 기부
프레드 커플스(49·미국) 앞에는 ‘스킨스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86년부터 시작된 스킨스게임에서 5번이나 우승해서다.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새로운 ‘스킨스의 제왕’이 됐다. 한국 선수로는 첫 출전인데 우승까지 했다. 커플스도 못한 일이다.
최경주는 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언웰스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LG스킨스게임(총상금 100만 달러) 최종 2라운드 9홀 경기에서 34만 달러의 상금을 보태 합계 41만5000달러로 정상에 올랐다.
올해로 26회째인 이 대회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대표적인 이벤트 경기. 그동안 아널드 파머, 잭 니클로스, 그레그 노먼, 타이거 우즈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출전했다. LG는 2006년부터 이 대회 스폰서를 맡았다.
이틀에 걸쳐 18홀을 도는 이 대회는 1∼6번홀에 각 2만5000달러, 7∼12번홀에 각 5만 달러, 13∼17번홀에 각 7만 달러, 그리고 ‘슈퍼 스킨’으로 불리는 마지막 18번홀에 20만 달러가 걸려 있다.
전날 7만5000달러를 얻어 공동 선두로 2라운드를 시작한 최경주는 14번홀(파5)에서 이글로 7만 달러를 보탠 뒤 17번홀까지 스킨을 추가하지 못했다. 상금 순위는 3위까지 밀렸다.
그러나 ‘탱크’는 서두르지 않았다. 조금씩 전진하며 목표를 조준했고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날렸다. 17번홀(파4)에서 승자를 가리지 못해 상금이 27만 달러로 불어난 18번홀(파4)에서 짜릿한 3.3m 버디 퍼트에 성공한 것.
대회 3연패를 노렸던 스티븐 에임스(캐나다)는 최경주보다 짧은 2.7m 거리에서 버디 퍼트에 실패했다. 에임스가 2위(25만 달러), 필 미켈슨이 3위(19만5000달러), 로코 미디에이트(이상 미국)가 최하위인 4위(14만 달러).
최경주는 “TV로 지켜보며 부러워하던 대회였는데 우승까지 해 자랑스럽다. 코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지만 쇼트 게임 훈련을 충실히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상금의 20%를 선수가 지정하는 자선 재단에 기금으로 내게 돼 있다. 최경주는 출범 1주년을 맞은 ‘최경주 자선재단’에 상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글 상품으로 액정표시장치(LCD) TV와 홈시어터 시스템, 냉장고 등 2만5000달러 상당의 상품도 챙겨 기쁨이 더했다.
1월 하와이에서 열린 PGA투어 소니오픈에서 우승하며 올 시즌을 힘차게 시작했던 최경주는 비록 정규투어는 아니지만 시즌 막판 다시 정상에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