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22·독일 프리드리히샤펜)만 있었더라면….”
한 배구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성민은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의 올스타 팬 투표에서 남부 올스타팀 오른쪽 공격수로 선정됐다. 독일 배구팬들은 키 198cm의 훤칠한 외모에 강스파이크를 쏟아내는 그에게 매료됐다.
이날 2008∼2009 프로배구 V리그 삼성화재와 KEPCO45(한국전력)의 경기가 열렸다.
주말인데도 3800석 규모의 관중석에는 500여 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경기는 삼성화재의 3-0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 겨울리그 우승팀 삼성화재와 최하위 KEPCO45의 전력 차는 컸다.
KEPCO45는 주력 공격수가 없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문성민이 독일로 떠났기 때문이다.
KEPCO45의 공정배 감독은 “우리는 공수에서 삼성화재의 상대가 안 된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문성민도, 외국인 선수도 없는 상황에서 맥없는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도 “문성민이 국내에 남았다면 경기 수준이 높아지고 팬들도 늘어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대한배구협회는 9월 문성민의 독일 진출을 허용했다. 국내 리그 활성화에 대한 배려는 없었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올해 프로로 탈바꿈한 KEPCO45 선수단의 어깨는 유독 무거워 보였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