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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SCHOOL DIARY]“공짜는 나의 힘!”

입력 | 2008-12-02 02:53:00


알뜰족, 학습사이트 이벤트 참가… 경품타고 성적도 쑥

강원 강릉중 1학년 김찬 군은 쉬는 시간마다 ‘MP3 플레이어’(강좌평 쓰기 이벤트 당첨, 10만 원 상당)로 영어듣기 문제를 푼다. 등하굣길엔 원더걸스의 ‘Nobody’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읽고 싶은 소설책이나 참고서는 ‘문화상품권’(전교 1등 장학금, 10만 원)으로 산다. 온라인 학습 사이트에서 강의를 듣다 필요한 교재가 생기면 틈틈이 쌓아둔 ‘학습 포인트’(퀴즈대회 1위 등 기타 이벤트 참여, 2만여 점)를 사용한다.

현물과 상품권, 사이버머니 등 김 군이 한 온라인 학습 사이트에서 올해 초부터 10개월 동안 누린 무료 혜택은 약 50만 원어치. 1학기 초 MP3 플레이어를 받은 후부터 본격적으로 ‘알뜰 공부법’을 찾기 시작한 김 군은 이벤트 특성에 따라 당첨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만큼 ‘고수’가 됐다.

“추첨을 통해 상품이 주어지는 이벤트의 경우 빨리 응모할수록 당첨될 확률이 높지만 수강평 올리기 등과 같은 정기 이벤트(무료 수강권이나 전 과목 수강 10∼30% 할인 쿠폰, 문화상품권 등이 주어진다)에선 무조건 튀어야 해요.”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선택받기 위해선 ‘차별화’가 생명이다. 김 군은 타 학습 사이트 강의와 비교해 장단점을 분석하거나 강의를 활용하는 나만의 방법 등을 적어 관계자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최고’ ‘특별한 효과’ ‘완벽한’ 등의 아부성 멘트를 곁들이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김 군과 같이 무료 혜택을 발굴해가며 알뜰하게 공부하는 ‘알뜰족’은 시험이 끝날 때마다 성적 증명서 사본을 보내고 1500자 안팎의 성적 향상 수기를 올리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짜 상품’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게릴라식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여러 학습 사이트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PMP, 닌텐도 등 고가의 제품이 경품으로 걸리는 이벤트도 종종 열리기 때문에 한시도 방심해선 안 된다.(단, 사이버머니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쌓기는 한 우물을 파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벤트 참여가 공부에 방해가 되진 아닐까? 김 군은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적 향상은 물론 더 많은 것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목표로 공부하면서 반 3등 안팎의 성적을 전교 1등으로 올렸고, 2학기 중간고사까지 장학금 삼관왕을 차지했다. 퀴즈 대회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상식도 풍부해졌다. 공부의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된 것도 단연 ‘공짜’의 힘이다.

온라인 학습 사이트의 이벤트는 대부분 10분 정도면 끝낼 수 있는 단순한 형식이 많고 삼행시 짓기, 온라인 학습 교재와 비슷한 시험문제 찾아 올리기 등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아 기분 전환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이벤트 참여로 40만 원 상당의 PMP를 받은 제주 제주중 1학년 석동일 군은 아예 온라인 학습 사이트의 모니터링 요원 활동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매주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무료 강좌 및 교재 쿠폰, 일정액의 활동비까지 지원받기 때문이다.

강의 평가나 새로운 강좌 개설에 대한 아이디어 제공 등 학습에 관련된 활동이 많아 ‘본업’인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석 군의 설명이다. 석 군은 “평소 가지고 싶었던 PMP를 받던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이젠 할인 쿠폰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석 군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무료 수강권을 나눠주며 ‘공짜 공부의 매력’을 알리는 전도사로 나설 만큼 열심이다.

김 군과 석 군이 유별날 정도로 이벤트에 적극적인 이유는 또 있다. 경기 불황으로 고생하는 부모님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 알뜰한 공부법은 학업 스트레스는 물론 부모님의 경제 스트레스까지 날려주는 ‘도깨비 방망이’인 셈이다.

이혜진 기자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