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스트레스는 나이, 성별, 성격을 초월해 모든 학생의 고민거리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어린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자살을 했다는 보도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곤 한다. 국가청소년위원회와 한국청소년정책 연구원이 올해 초 실시한 ‘한국 청소년 행복지수 조사’에서 전국의 중고등학생 5951명 중 11.2%만이 자신의 현재 성적에 만족한다고 대답해 공부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덜 주면서 공부를 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최상위권 자녀를 둔 학부모와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다.》
“몇 점 받았니”=꼴찌엄마
“고생 많았지” =1등 엄마
#1 공부 스트레스에 공감해주기
공부 스트레스를 줄여주려면 일단 대화를 통해 자녀가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몇 점이니”, “몇 등이니”등 숫자와 관련된 질문을 던질 때마다 아이는 오히려 공부와 멀어진다.
이윤호(경기 성남시 이매고1) 군의 아버지 이기연 씨는 매일 오후 9시에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렸다가 “힘들지”라는 위로를 건네며 머리를 지압해준다. 이 군도 집에만 오면 제일 먼저 아버지 옆에 와서 눕고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 씨는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된 이후로 한번도 성적과 관련된 질문을 해본 일이 없다. 그대신 아이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말, 장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말만 건넨다. 치과의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잡은 이 군은 전국 모의고사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 하지만 이런 과목, 이런 단원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까지 아버지에게 세세하게 상담을 하게 됐다.
#2 함께 공부하기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에게 “∼해라”고 명령하지 않고, “∼해보자”라고 설득한다. 이런 부모는 자녀가 공부에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전교 1등을 하는 김은경(경기 안양시 부림중2) 양의 어머니 유화현 씨는 얼마 전 수행평가 성적이 안 나와 고민하는 딸을 위해 공원에 가서 함께 농구 연습을 한 시간 정도 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주고 힘들 때면 이야기를 들어주는 등 평소에도 친구처럼 지냈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고민도 쉽게 털어놓고 말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유 씨는 “공부 고민을 같이 해준다는 것 자체가 공부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3 우회적으로 동기부여하기
때로는 “공부해라”는 말보다 경험을 통해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한영외고 2학년 이채원 양은 지난해 초 처음 맞은 학교 축제에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축제 후에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공부에 소홀해졌다. 어머니 임인숙 씨는 딸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대신 방학을 기회로 확실하게 마음을 잡아줬다. 토플 공부를 하려는 딸에게 매일 아침 일찍 시작하는 토플 학원을 끊어준 것이다. 방학이라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었던 딸은 목표가 생기고 생활을 꽉 조여 주는 학원까지 만나자 곧 생활 습관이 바로잡혔다.
최근 민사고에 합격한 박민형(경기 용인시 죽전중3) 양의 어머니 이미순 씨는 딸이 중학교 1학년이 되던 해 여름방학에 일주일 정도 민사고 수학과학 영재캠프에 보냈다. 이 씨는 “민사고에 관심이 많았던 딸이 일주일 동안 민사고에서 직접 생활해보면서 그곳의 교사나 선배들에게 너무 좋은 인상을 받아서 결심을 확고히 다졌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 전문가가 말하는 공부 스트레스 줄이기▼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부 스트레스 줄이는 법’ 역시 부모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경 한국집중력센터소장은 학부모들에게 항상 “자녀의 시험성적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줄여보라”고 권한다. 그대신 대입, 인생 등 장기적인 목표를 놓고 부모와 자녀가 과제를 수행하듯 진로 탐색을 해볼 것을 권했다.
자녀가 살고 싶은 삶은 공부와 어떤 관련이 있고, 이런 대학에서 이런 전공을 해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려주면 아이 스스로 ‘공부를 잘해야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부 방법이나 실천계획을 짤 때는 불필요한 학원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자녀가 좋아하는 과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하면 점수가 오르면서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껴 공부를 좋아하게 된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남녀 차이에 따라 공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법도 다르다고 조언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자녀도 공부 스트레스를 점차 겉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때 짜증을 내는 등 말로 표현하거나 심한 감정기복을 보이는 여자아이는 대화를 통해 감정적으로 안정을 시키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좋다.
반면 부모에게 대드는 등 행동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인 남자 아이에게는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구분지어 목록으로 만들고 좋은 행동을 하면 칭찬과 보상을 해주는 상벌 제도를 쓰는 것이 좋다.
공부 스트레스가 특히 심한 아이에게는 출구를 마련해줄 필요도 있다. 자녀가 지나친 공부 스트레스로 힘들어할 때는 공식적으로 일주일이나 한 달 정도의 기간을 정해두고 ‘공부 휴가’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