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교수. 동아일보 자료사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 스승"이라고 칭찬했던 성균관대 김태동 경제학 교수가 아파트 CF재계약을 하지 않은 송혜교에게 '선견지명이 뛰어난 송혜교님'이라는 제목으로 감사 편지를 쓴 사실이 알려졌다.
김 교수는 1일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1년 전 송혜교 님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늦어졌다"며 "그러나 님의 선견지명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필요하며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글을 쓴다"는 서두를 열었다.
그는 "지난주 C&(C&우방, C&중공업)이라는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면서 "송혜교 님도 C&우방을 잘 아실 겁니다"라고 적었다. 송혜교는 C&우방의 아파트 브랜드인 '유쉘'의 광고를 찍은 바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자신이 펴낸 책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에서 "연예인의 아파트 광고로 가격이 적정수준보다 높게 거품이 낀다"면서 "아파트 광고가 마약광고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는 "책이 나온 뒤 지난해 6월 경실련이 송혜교님을 비롯해 장동건, 비, 배용준, 유동근, 김태희, 고소영, 김남주, 이미연 등 10명에게 아파트 CF출연 중단을 검토해 보시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요새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아파트 CF도 많이 줄었다"면서 "그러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TV광고에 나오는 것에 영향을 받아 이미 아파트를 무리하게 산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물론 바가지 씌운 건설업체를 주로 비난하겠지요. 그러나 CF모델을 한 분들 마음은 편할까요? 대부업체 CF한 분들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송혜교님은 경실련의 편지를 받은 일류 연예인 중 유일하게 잘못을 깨닫고 작년에 이미 CF 재계약을 안 하기로 결정하신 것"이라며 "(송혜교님은) 수억 원의 수입을 희생하셨겠지만, 그보다 수십 배의 명예를 얻었다"고 칭찬했다.
또, 경실련이 편지를 보낸 서울대 출신 모 연예인의 매니저는 '부실 시공 아파트를 광고하는 것도 아닌데, 아파트 광고를 대부업체 광고 같은 수준으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고 보도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수많은 팬의 인기가 CF선정의 기준일 터인데, 그 팬들의 불행을 초래하는 거품아파트를 선전하는 일이 나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깨달을 수 있는 것 아닐까"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가 글을 잘못 써서 송혜교님의 아름다운 마음을 동료 연예인들이 왜곡해서 생각하고 혹시 '왕따'를 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 법칙이 송혜교님의 경우는 예외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바랐다.
그는 "경제위기의 핵심에 아파트 거품이 있다"면서 "이렇게 아파트 발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아름다운 선견지명을 알게 되고 칭찬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당신의 아파트 CF 재계약 포기는 김장훈, 문근영님의 기부 선행보다 더 뜻 깊은 선행이라고 저는 믿는다"면서 "앞으로 경제에 수십 년만의 한파가 몰아닥칠 때, 당신의 아름다움이 실업자와 무주택자의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적기도 했다.
그는 "건설업체들은 지금도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고, 현 정권은 그런 요구를 거의 다 받아주고 있다"며 "포장만 바꾼 대운하사업,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 다량 건설, 아파트 재건축 규제 완화, 뉴타운 개발, 후분양 취소, 종부세 폐지, 양도세 완화, 원가 비공개, 부실건설업체 살리기 등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잘못된 정책은 한국경제를 외환위기, 신용카드 위기에 이어 제3의 위기로 몰고 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우리를 투기꾼의 노예로 만든다는 것.
그는 "심부름꾼의 이런 난행을 막을 자는 주권자뿐이다. 우리 주권자들이 송혜교 정신으로 무장해 잘못된 정책추진을 막아야 한다"며 "김좌진 장군의 독립군이 일본군에 대승을 거두었듯이, 투기부패세력을 우리 경제에서 몰아낼 지혜와 용기와 실천이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하다"고 글을 맺었다.
김 태동 교수는 지난달 17일 '생방송 시사 360'에 출연한 이후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게 사과하고 프로그램을 우회적으로 비판해 화제가 됐었다. 그는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고, 2002~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