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청년실업 대책 관련 라디오 연설을 두고 진중권 변희재 두 진보-보수 논객이 온라인 상에서 찬반논란을 벌였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제대로 된 고용 창출에 관한 얘기는 하나도 없다”며 날선 비판을 했고,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은 “진 씨가 실업난에 좌절하는 젊은층을 선동 한다”고 비난했다.
▽진중권 “MB 직접 일자리 구해보라”▽
포문은 진보신당 홍보대사인 진중권 교수가 먼저 열었다. 그는 2일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이명박 학생 포트폴리오’란 글에서 “이명박 학생, 데모하다 징역 살고, 군대는 폐가 나빠서 면제. 이런 포트폴리오를 들고 한번 직접 일자리 구해보라”며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제대로 된 고용 창출에 관한 얘기는 하나도 없다”며 “쉽게 말하면, 지방에 내려가면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는데 요즘 애들이 군기가 빠져 냉난방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 있는 일자리도 마다한다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교수는 이 대통령의 ‘워킹 홀리데이’ 확대 방안에 대해 “취업이 아니라 돈 없는 집 자식 어학연수 방안”이라며 “열심히 워킹 홀리데이 해서 영어 실력을 쌓아 돌아와도, 이 땅에는 받아줄 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취업을 권장’에 대해서도 “국내에서도 일자리를 못 얻는 젊은이들이 한국보다 더 어려운 나라에서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냐”며 “게다가 내국인에게 일자리도 못주는 나라에서 외국인에게 취업 비자나 제대로 내줄까”라고 반박했다.
그는 “후진국으로 가면 된다는데 한 달에 60만원 남짓 받고 봉사 활동가는 것을 과연 '취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며 “봉사도 좋지만,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나. 실업통계에만 안 잡히면 실업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자신의 현대건설 근무경험을 언급한 것에 대해 진 교수는 “툭하면 자기 성공담 늘어놓는다. 60~70년대야 한국이 정신없이 성장하느라 거의 완전고용 상태다. 그때와 지금이 상황이 같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정도면 거의 개그 수준”이라며 “청와대산 개그는 실없이 웃다가 마지막에는 서글퍼지는 특징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 교수는 “당장 실업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희망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면, 그런 비전 정도는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변희재 “진보신당의 실업 비전은 대체 뭔가”▽
이에 대해 변희재 회장은 “이미 진중권 씨는 ‘386 아랫세대는 독서량도 부족하고 세상을 엎을 의지도 없어 희망이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젊은 세대에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더 이상 왈가불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변 회장은 빅뉴스에 ‘진중권은 청년 실업에 대해 입 다물라’라는 글을 기고하고 “대안을 제시할 의지가 없고, 청년실업에 책임감도 없는 진중권 씨가 실업난에 좌절하는 젊은층을 선동 한다”며 “글로벌리더 10만명 양성, 신성장동력 산업 인재 10만명 양성 등은 취업대책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중권이 몸담고 있는 진보신당의 청년실업의 비전은 대체 뭔가”라며 “내가 알기론 오직 대기업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철폐, 이것 하나 말고는 들어본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워킹 홀리데이’와 관련해 “대외무역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대한민국에서 해외경험은 취업과 창업에 매우 소중하다”며 “그런데도 젊은 세대를 향해 ‘너희들은 갔다 와봐야 소용없다’라고 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충 인터넷 댓글이나 보면서 해외취업은 안 된다고 단정 짓는다”며 “이미 대한민국은 600여 만 명이 해외에서 사업 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로 인구수 대비 세계 최다 비율”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한국돈 들여 선진국에 유학을 갔다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 후진국을 무시하는 성향마저 보이고 있다”며 “한국의 젊은이들이 해외봉사활동에 나선지 5년이 안돼 이제 막 희망의 싹이 트고 있는데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게 무슨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 문제는 젊은 세대가 알아서 풀어나가겠다. 낡은 386 지식인들은 그간 자신들이 얼마나 나라를 망쳐 왔는지 반성하고, 아랫세대를 위해 길을 비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