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신문에서 환율이 치솟아 기러기 아빠들이 힘들어한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환율은 왜 계속 오르는 건가요?
해외서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게 더 많아
시중에서 달러 구하기 어려워 원화가치 하락
일단 환율에 대해 알아봅시다. 세계 각국은 자신의 나라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 일본은 ‘엔’, 미국은 ‘달러’를 사용하죠.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봅시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보통 원화만 사용하지만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거나, 다른 나라에서 물건을 사와야 할 때는 다른 나라 돈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우리나라 돈을 주고 다른 나라 돈을 사야 하죠. 이때 치르는 가격을 ‘환율’이라고 부릅니다. 돈을 바꿀 때(換)의 비율(率)이라는 뜻입니다. 1달러를 1000원에 바꿀 수 있을 때 ‘달러당 원화 환율은 1000원’이라고 표현하죠.
다른 나라 돈의 가치가 오르면 우리나라 돈을 더 많이 줘야 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달러를 사는 데 1000원만 내면 됐지만 지금은 1500원을 내야 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 또는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다(절하됐다)’고 합니다.
신문에서 환율이 올랐다고 할 때 달러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하면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달러 값은 왜 올랐을까요?
환율도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내립니다. 반면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리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릅니다.
‘달러’를 물건으로 칩시다. 이 물건이 시장에 많이 공급되면 달러 값이 싸져서 예전보다 적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있습니다. 즉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에 ‘달러’라는 물건이 적게 나오면 더 많은 돈을 줘야 달러를 살 수 있겠죠. 즉,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도 달러가 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반도체, 자동차 등을 수출해 달러를 벌었습니다. 벌어온 달러로 공산품을 만들기 위해 원자재를 사고, 남는 돈으로 해외여행이나 유학도 갔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나가는 달러가 많아졌습니다. 해외여행, 유학 등으로 국민들이 해외에서 쓰는 달러도 늘었습니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경기가 둔화되면서 반도체,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많이 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벌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빠르게 늘면서 달러가 귀해진 것이죠.
또 각 나라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량으로 판 것도 환율이 오르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집에서도 당장 먹고사는 데 쓸 돈이 없으면 예금이나 주식 등 갖고 있던 재산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 생긴 원화를 달러로 바꾸기 위해 몰렸고, 이 과정에서 달러 가격이 더 올랐습니다.
달러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달러를 가진 사람은 더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 달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반면 달러가 필요한 사람들은 달러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두자고 몰려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면서 가격은 더 올랐죠.
환율이 오르고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예전에는 1000원이던 수입품 가격이 1500원으로 올랐습니다.
조기 유학을 떠난 가족들의 생활비가 오르면서 원화로 월급을 받아 달러로 송금하는 기러기 아빠들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부담을 견디다 못해 돌아오는 유학생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하지만 환율이 오르는 것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수출 가격이 내리기 때문이죠. 1달러에 수출했던 1000원짜리 상품 가격이 70센트로 내려가면 더 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산을 찾게 될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원-엔 환율이 오르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언제까지, 얼마나 오를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듭니다. 다만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해외로 나가는 돈을 줄여야 할 때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환율이 오른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이 기회를 틈타 해외에서 달러를 더 많이 벌어 와야 우리나라 경제도 더 튼튼한 체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