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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건축]‘이글 아이’의 美국방부 건물 ‘펜타곤’

입력 | 2008-12-03 02:58:00

영화 ‘이글 아이’는 미국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 지하 36층에 전 세계를 통제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설치돼 있다고 가정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하 비밀요새’ 진짜 존재할까

10월 9일 개봉해 계속 상영 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이글 아이’의 클라이맥스 무대는 미국 국방부 건물 ‘펜타곤’입니다. 주인공 제리(샤이아 라보프)는 펜타곤 지하 36층에 감춰진 비밀의 방에서 인간의 지시에 반란을 일으킨 슈퍼컴퓨터와 대결합니다.

이 영화는 ‘펜타곤 지하 깊은 곳에 비밀 요새가 있다’는 추측을 현실인 것처럼 그렸습니다. 21일 미 국방부 홍보실이 제공한 자료에는 ‘지상 5층, 지하 2층의 오각형(pentagon) 평면을 가진 건물’이라는 기록뿐입니다.

펜타곤은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있습니다. 대지 면적은 235만9358m².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면적의 1.4배가 넘습니다. 펜타곤 건설 전 이 땅은 오물 가득한 늪지대였죠. 423만 m³의 흙을 쏟아 넣고 4만1492개의 콘크리트 기둥을 박아 기초를 다졌습니다. 인근 포토맥 강에서 실어 온 68만 t의 모래와 자갈이 33만 m³의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쓰였습니다.

건물 연면적은 61만6543m²로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3배에 이릅니다. 5개 외벽 각각의 길이는 280m. 건물 높이는 23m로 면적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펜타곤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1월 착공해 1943년 1월 완공됐습니다. 총건설비는 8500만 달러. 펜타곤 완성 전 미 국방부 건물은 17개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2005년 미국의 한 케이블TV 프로그램이 펜타곤의 설계자로 장교 한 사람을 지목했지만 공식 자료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매일 이 건물로 출근하는 직원은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2만3000명이 넘습니다. 16개 주차장에 8770대의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131개, 에스컬레이터는 19개입니다.

미 국방부는 “펜타곤은 클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기도 한 오피스 빌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복도의 총길이를 더하면 28km가 넘지만 건물 한 지점에서 다른 곳으로 걸어서 이동하는 데 7분 이상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2001년 9·11테러의 표적이 됐던 미 군부의 심장. ‘이글 아이’ 제작진은 미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헬리콥터를 타고 펜타곤을 부감(俯瞰) 촬영해 영화에 담았습니다. ‘지하 비밀 요새’에 대한 의혹의 실마리인 2만 m² 넓이 중앙광장이 스크린에 언뜻 스쳐 지나갑니다. 하지만 오락영화의 근거 없는 상상을 뛰어넘는, 그럴듯한 개연성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