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12월 7일 유조선의 충돌로 기름으로 뒤덮였던 충남 태안 앞바다와 해안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옛 상처를 잊고 깨끗한 모습을 되찾고 있다. 2일 새벽 채석포에서 한 어민이 조업을 준비하며 그물을 확인하고 있다. 태안=김재명 기자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7일로 꼭 1년이 된다.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와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의 충돌로 빚어진 이 사고로 1만2547kL의 원유가 바다에 쏟아졌고, 이로 인해 300여 km에 이르는 지역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사고 후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들이 기름 제거 작업에 나섰고, 이로 인해 태안은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름 유출사고 1년… “생태계 빠르게 회복중”
○ 바닷물 기름 농도 한때 기준치 72배
국토해양부의 해양오염영향조사 2차 중간발표에 따르면 각종 오염지표들이 사고 직후에 비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바닷물의 기름기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낮아졌고, 생물체 내의 유해물질 농도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고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
기름의 농도를 나타내는 바닷물의 총석유계탄화수소(TPH) 농도는 사고 직후 평균 720ppb(1ppb는 1000분의 1ppm)로 환경기준(10ppb)의 72배에 달했지만 9개월이 지난 뒤에는 평균 3ppb로 크게 낮아졌다.
굴 체내에서 검출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평균농도도 사고 직후 487ppb였지만 올해 7월에는 48ppb로 사고 이전(2001년 만리포 기준 42ppb)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어류 근육 내 PAHs의 농도도 사고 직후엔 비오염지역에 비해 2∼5배 높았지만 8월 이후 청정지역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PAHs는 기름에 함유된 발암물질로 기름 오염에 의한 위해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굴 섭취에 따른 인체 위해성 평가에서도 사고 직후 41%가 위해성 기준치를 초과했지만 올해 4월 이후엔 기준치를 넘어서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모두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의 해수에서는 여전히 TPH 농도가 오염 기준을 넘었고, 유류오염의 판단 기준이 되는 알킬-PAHs 농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사고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국토부는 판단하고 있다.
또 사고 후 생물의 서식 밀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간대(만조 시 해수에 잠기고, 간조 시 노출되는 지역)의 펄과 모래 지역의 서식 밀도는 사고 전 m²당 1800개체였지만 올해 1월 1000개체, 4월에는 500개체로 감소했다.
○ 뜨거운 물로 기름 제거 생태계에 치명적
기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거나 과도한 방법을 사용해 환경 피해가 일어나기도 했다. 기름을 닦아내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자갈 및 모래를 물에 넣어 삶기도 했고, 뜨거운 물을 암반지역 등에 강하게 쏴 세척하기도 했다.
기름유출 사고 시민공동대책위원회 이평주 집행위원장은 “고온의 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기름 제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모래와 자갈 사이에서 서식하는 생물 및 미생물까지 완전히 죽였다”며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회복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또 방재용 도로를 뚫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소나무나 암반 등을 훼손했고 해변 자갈과 돌을 바닷물에 씻는다며 과도하게 옮겨 지형이 변하기도 했다.
이 밖에 신두리, 구름포 등에서는 수거한 유류 폐기물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해 토양 오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 생태계 복원은 장기적 과제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기름기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제거할 수 있지만 갯벌 지역이나 땅속의 기름기 제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생태계 복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한국해양연구원 심원준 박사는 “땅속으로 스며든 기름이나 갯벌 지역에 있는 기름은 없어지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갯벌이나 땅속의 기름은 방재 과정에서 확산되거나 2차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전승수(생태지평연구소장) 교수는 “자갈 해안의 경우는 대부분 기름기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갯벌은 외부의 작용이 적어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서식지, 먹이사슬 등이 다시 회복돼야 생태계가 복원됐다고 할 수 있는데 생물종마다 회복 기간이 모두 달라 예측하기 어렵고, 과도한 방재로 서식지가 파괴돼 회복 기간이 매우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태안=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