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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대車 노조, 이 위기가 ‘억지투쟁’ 끝낼 기회다

입력 | 2008-12-03 02:58:00


글로벌 경제위기로 현대·기아자동차가 10년 만에 잔업을 중단하고 감산(減産)에 들어갔다. 싼타페 등을 만드는 현대차 울산 2공장은 하루 4시간 가동한다. 반면 아반떼와 i30를 생산하는 바로 옆 3공장은 이달에만 8차례 특근이 잡혀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중소형차 주문이 몰린 때문이다. 이럴 땐 2공장 근로자를 3공장에 투입해 일을 맡기는 게 상식이다. 현대차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회사다. 노조가 전환배치에 합의해주지 않은 탓이다.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혼류(混流)방식도 노조가 합의해주지 않아 엄두를 못 낸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일본 도요타나 혼다는 공장별 라인별로 생산 차종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시장상황에 맞춰 수요가 많은 모델에 집중해 재고(在庫)를 줄인다. 노조에 발이 묶인 현대차의 생산성이 도요타에 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자동차 빅3의 몰락은 강성 자동차노조(UAW)가 재촉했다. 노조에 밀린 자동차회사들은 퇴직자와 그 가족들의 의료비까지 대줘야 했다. 그런데 GM 노조보다 현대차 노조가 더 강성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현대차 회사 측은 인사제도 변경이나 비정규직 채용, 인원 정리 등을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 국내 공장 축소, 폐쇄, 이전이나 신기술 도입도 노조가 합의해줘야 가능하다. 민주노총 현대차 지부는 이처럼 인사권 경영권에 깊이 개입하면서 20년간 한 해만 빼고 매년 파업을 했다. 세계에 이런 노조가 또 있는가.

현대차 노조 간부들은 어제 회사 측의 경영 설명을 듣고 위기의식을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노사공생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바로 이웃에 있는 현대중공업처럼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잘못된 단체협약을 뜯어고쳐야 한다.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민주노총과 현장 활동가들은 ‘뻥 파업’을 남발해선 안 된다”고 옥중 기고를 했다. 파업 중독증에 걸린 현대차 노조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5년, 10년 뒤에 현대중공업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일원으로 남아있길 원하는가. 아니면 공적자금을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한 GM의 근로자들처럼 해고와 감원의 불안에 떨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