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환경운동연합(환경련)에서 2억 원 이상의 공금을 빼내 개인 용도에 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가 1982년 우리나라 최초의 공해문제연구소를 설립하고 환경련을 회원 수 8만 명의 아시아 최대 환경단체로 키운 환경운동의 간판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그의 유무죄는 재판을 통해 판가름 나겠지만 기업과 개인의 기부에다 정부 보조금까지 받는 단체가 ‘주머닛돈이 쌈짓돈’ 식으로 회계를 운영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최 대표는 동생의 사업자금, 딸의 어학연수비, 일부 정치인에 대한 후원금 지원과 자신의 명의로 된 펀드 가입 같은 개인적 용도에 환경련 공금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1996년 환경센터 건립 당시 사재 3억 원을 빌려주었다가 시차를 두고 돌려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환경련 장부에 그런 돈이 들어온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환경련은 운영비를 회원들의 회비나 시민의 기부금보다는 정부 보조금과 기업 후원금에 더 의존했다. 그러면서도 공금의 관리와 회계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아 다수의 전현직 간부들이 공금 유용 및 횡령 사건에 연루됐다. 최 대표가 환경련의 감시 대상인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아 월 350만 원의 보수와 주식 1만5000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은 것도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는 정치운동에 발을 들여놓아 환경운동의 순수성을 흐려놓았다. 2000년 16대 총선 때 국회의원 낙천·낙선운동에 앞장선 것을 시작으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처럼 환경운동과 관련이 없는 정치운동에 앞장섰다. 전북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반대운동에서 보여주었듯이 극단적인 환경운동으로 각종 국책사업을 지연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환경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어떤 돈도 받지 않고 회비와 소액 후원금만으로 운영하는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부들의 공금 횡령으로 얼룩진 환경련이 시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