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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銀 제로금리 도입 공격적 부양책 펼쳐야”

입력 | 2008-12-04 02:56:00


‘서브프라임 사태’ 예견 루비니 교수 FT 기고

“아직 최악은 지나지 않았다. 내년은 디플레이션, 경기침체, 기업 파산이 이어지는 어두운 한 해가 될 것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2년 전 정확히 예견해 명성을 날린 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사진) 교수는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세계 경제가 심각한 스태그-디플레이션(stag-deflation)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스태그-디플레이션이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이어지는 ‘치명적 조합’이라고 정의했다.

루비니 교수는 각국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침체→시장 수요 및 기업 투자 감소→실업률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가 △유동성 함정 △디플레이션 함정 △채무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동성 함정은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0%’ 수준으로 낮춰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고 금융시장에서 자금경색이 풀리지 않는 상태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마땅한 해결방안이 없고, 자산가치가 떨어져 개인의 채무 부담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점도 디플레이션의 함정이다.

루비니 교수는 2010년 경기회복을 기대하려면 각국의 공격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각국이 이전의 통화정책과는 다른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정책을 취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정책을 사용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대규모의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한편 국채 기업어음 주택저당증권 자산유동화증권 등을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중앙은행은 ‘최후의 대부자’였지만 일반 금융기관의 사정이 악화하면서 중앙은행이 ‘최초이자 유일한 대부자’가 되고 있다”며 “가계 및 기업의 지출이 줄어들면서 정부 또한 ‘최초이자 유일한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향후 몇 달 동안 거시경제 흐름과 기업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신용경색은 심화할 것”이라며 “몇몇 부실 금융기관은 파산하고 일부 신흥국가는 본격적인 금융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