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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연봉 1달러 받겠다, 살려달라”

입력 | 2008-12-04 02:56:00



美 자동차 빅3 자구책 제출… 340억 달러 정부지원 요청
친환경차 개발-브랜드 매각-구조조정 이행약속
전용기 출석 비난여론 의식해 “비행기도 팔겠다”
구제안 반대해 온 백악관 “새 제안 검토해보겠다”
의회 8일께 표결… 이번에도 통과여부 불투명


‘최고경영자(CEO) 연봉 1달러, 전용기 매각, 감원과 공장 폐쇄….’

파산 위기에 몰려 정부에 자금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 자동차 업체들이 2일 미 의회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조치가 담긴 자구책을 제출했다.

GM과 포드 CEO는 약속이나 한 듯 연봉을 1달러만 받기로 했다. 지난달 전용기를 타고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전용기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청문회에도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 빅3 “2011∼2012년 흑자 달성”

빅3는 친환경 자동차 생산 확대, 브랜드 매각,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2011∼2012년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GM은 전체 직원의 34% 감원과 공장 폐쇄를 약속했으며 전체 8개 브랜드 중 4개 브랜드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임금, 복지비용 절감 협상에도 나서기로 했다.

GM은 회사 항공기 7대 중 4대를 매각하고 릭 왜거너 CEO는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 내년에 1달러 연봉만 받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포드 역시 보유 항공기 5대를 팔겠다고 발표했다. 앨런 멀랠리 CEO도 ‘연봉 1달러’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관리직 직원 보너스를 전액 삭감하고 북미지역 직원에 한해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향후 7년간 친환경 차량 개발에 1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크라이슬러는 친환경 차량 개발 강화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합병 등을 통해 연간 35억∼9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미 자동차 업체들은 이 같은 자구책을 제시하며 총 340억 달러의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달 민주당이 추진한 250억 달러 지원 규모를 넘어선다.

GM은 120억 달러 대출 등 180억 달러의 지원을 요청했다. 포드는 90억 달러의 신용 공여(credit line) 제공을 요청했다. 크라이슬러는 7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 경영상태 점점 악화

미 의회의 빅3 구제 최종 결정은 이르면 다음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은 4, 5일 양일간 빅3 경영진을 불러 청문회를 연 뒤 8일 지원 여부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빅3 경영진은 이번에는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했다. 특히 GM의 왜거너 CEO는 중형차인 말리부 하이브리드 차량을 이용하기로 했다.

빅3의 자구책 제시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가 빅3 구제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2일 “빅3가 파산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며 “정부나 의회가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빅3 구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빅3 구제방안에 반대해온 백악관이 2일에는 “자동차 업체의 새로운 제안 내용을 검토해 보겠다”며 다소 융통성을 보였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의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 자동차 시장이 더 얼어붙어 빅3의 경영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GM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15만3404대에 그쳐 작년 11월에 비해 41.3% 급감했다. GM은 1970년대 이래 처음으로 두 달 연속 20만 대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포드와 크라이슬러의 자동차 판매도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30.5%, 47.1% 감소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