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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주식대금 마련에도 ‘朴의 도움’ 있었나

입력 | 2008-12-04 02:57:00


■ 盧씨, 朴회장 ‘리얼아이디’ 주식 매입때 동참

장외 벤처주식 매입 ‘솔깃한 정보’ 받았을 가능성

盧씨 주식 미신고 차명 보유만으로 형사처벌 대상

세종증권-휴켐스이어 차명거래까지 ‘게이트’ 확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최근까지 대주주였던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옛 패스21)의 주식 100여만 주를 차명으로 보유한 사실이 3일 확인됨에 따라 노 씨와 박 회장의 주식 매입 배경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노 씨, 알선수재 외에 또 다른 혐의?=노 씨는 2004년 2, 3월 리얼아이디 주식 100여만 주를 친구 3명의 명의로 사들였다.

박 회장이 본인과 가족 및 측근 명의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리얼아이디에 24억여 원(485만 주)을 투자할 때 노 씨도 동참한 것이다.

노 씨의 증자 참여는 박 회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건설업을 하던 노 씨가 벤처기업의 장외주식에 투자한 것은 누군가의 ‘솔깃한’ 권유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노 씨는 “박 회장의 측근인 정모 씨의 권유로 이 주식을 샀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노 씨는 자신이 실소유주인 정원토건이 2003년 12월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하청 받은 정산골프장 진입로 공사비(32억6000여만 원)에서 수억 원을 빼내 주식 대금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 회장 측이 노 씨에게 미공개정보를 사전에 흘려주고 투자를 권유했거나, 골프장 진입로 공사비를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주식 매입대금을 대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노 씨에게는 세종증권 매각로비에 연루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외에 증권거래법상의 미공개정보 이용 및 공시의무 위반이나 회사 돈을 임의로 빼돌린 횡령 등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비록 리얼아이디의 경영 악화로 지금은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검찰은 노 씨가 비상장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것 자체만으로도 형사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하고도 금융감독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증권거래법상 공시의무 위반에 해당되며, 차명으로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로서는 4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추가로 수사해야 할 의혹이 있는 만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식 게이트’로 번지나=세종증권과 휴켐스에 이어 리얼아이디의 주식 거래까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친노 게이트’가 거액의 차익을 노리고 인수합병될 회사의 주식을 사고판 사건으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기업인 등이 주식 투자로 거액을 챙겼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까지는 박 회장만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을 차명으로 거래해 거액의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받아 왔지만, 전직 대통령의 형까지 차명 주식 거래 대열에 가세한 것이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되기 직전인 2005년 6∼8월 본인과 가족 등의 명의로 세종증권 주식을 사들인 뒤 그해 12월 17∼27일에 매도해 178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농협으로부터 휴켐스를 인수하기 직전인 2006년에도 박 회장은 휴켐스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해 84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둬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태광실업과 리얼아이디의 관계는?=박 회장이 리얼아이디를 인수한 것은 평소 친분이 있던 리얼아이디의 김모 당시 사장의 권유 때문이라고 한다.

박 회장과 동향인 김 전 사장은 박 회장의 신발회사에 납품을 하면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사장은 2002년 ‘패스21’을 인수했으나 2002년과 2003년 각각 48억 원, 16억 원의 적자를 내자 인수 대상자를 물색했다.

박 회장은 리얼아이디를 인수한 뒤 이 회사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지 두 달 뒤인 2004년 5월 리얼아이디에 태광실업 본사 및 공장의 통합보안시스템 구축 사업을 맡겼다. 사업 규모는 30억 원이었다.

박 회장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및 휴켐스 헐값 매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올해 10월 초 서버 판매업체인 싸이버테크에 지분 맞교환을 통해 리얼아이디 지분을 넘기고, 이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영상제공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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