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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邑有流亡愧俸錢

입력 | 2008-12-05 02:59:00


邑(읍)은 도시나 마을이다. 윗부분 국(위)는 둘러싸인 구역을 뜻하는 圍(위)의 옛글자이자 國(국)의 옛글자이기도 하다. 아랫부분은 제후의 징표인 符節(부절)을 뜻하는 >(절)의 변형이다. 이들이 합해져 제후가 있는 도읍, 나아가 마을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아랫부분이 사람이 구부린 모습으로 생활하는 것을 나타냈다. 즉 사람이 생활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한자의 왼쪽에 붙는 부(부)와 오른쪽에 붙는 부(읍)은 같은 형태이지만 원형과 의미는 다르다. 왼쪽에 붙어 좌부방이라고 부르는 부(부)는 언덕을 뜻하는 阜(부)의 변형이다. 陸(육)이나 陵(릉)처럼 흔히 지형이나 지세의 높낮이와 관렴됨을 나타낸다. 오른쪽에 붙어 편의상 우부방이라고 부르는 부(읍)은 邑(읍)의 변형이다. 지명에 많이 쓰이며 都(도)나 邦(방)처럼 흔히 도시나 지역과 관련됨을 나타낸다.

流(류)는 여기서는 流浪(유랑)처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의 뜻이다. 亡(망)은 逃亡(도망)하다, 滅亡(멸망)하다, 死亡(사망)하다, 遺失(유실)이나 消失(소실)처럼 잃어버리거나 없어지다의 뜻이 있다. 여기서의 流亡(유망)은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거나 도망 다니는 사람을 가리킨다. 愧(괴)는 부끄러워하다의 뜻이다. 부끄러워하게 만들다, 즉 욕보이거나 나무라다의 뜻으로도 쓰일 수 있다. 俸錢(봉전)은 봉급이다. 奉(봉)과 (잔,전)(전)은 각기 발음요소로 쓰였다.

많은 이가 심한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봉급을 받는다면 미안한 일이다. 나아가 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식은땀이라도 흘려야 마땅하다. 특히 세금으로 많은 봉급을 받는 이라면 더욱 그렇다. 唐(당) 韋應物(위응물)의 ‘寄李담元錫(기이담원석)’에 보이는 양심적이고 책임감 있는 관리의 고백이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