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 이들 세계적 거부(巨富)의 공통점은 모두 대학 중퇴자라는 거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게이츠는 지난해 모교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록 음악과 컴퓨터를 좋아하던 대학생 델은 오스틴 텍사스대 의대를 집어치우고 1984년 단돈 1000달러로 PC사업을 시작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풍운아 잡스는 2005년 미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리드대 중퇴가 내 인생 최고의 결정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대학은 고리타분한 감옥이었다. 그렇다고 대학 중퇴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중퇴자들의 낙오 스토리가 있다. 미 공공정책고등교육센터(NCPPHE)에 따르면 4년제 대학생의 절반가량이 6년 내에 졸업하지 못한다. 미국의 대학 입학생 100명 중 졸업자는 18명으로 졸업률 순위는 29개 선진국 가운데 15위다. 공동 1위인 스위스 일본 호주는 입학생 100명당 26명이 졸업했다.
▷대학 중퇴자는 등록금을 댈 여력이 없는 빈곤층에서 두드러진다. 미 대학 등록금은 한국 대학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NCPPHE는 대학 등록금을 비롯한 각종 학비가 1982∼2007년 25년 동안 439%(인플레이션 조정치) 올라 같은 기간 중산층 가계소득 증가율 147%를 훨씬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패트릭 캘런 NCPPHE 회장은 “등록금이 이런 수준으로 계속 올라가면, 대학은 중산층이 감당할 수 없는 고등교육 시스템이 되고 말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제위기로 주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내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해 중퇴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 인구가 줄어들면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마이크로 트렌드’의 저자인 마크 펜은 “신흥 경제강국 인도와 중국에서는 매년 수백만 명의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미국의 대학 졸업률은 이들 나라와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중요 지표”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학 졸업률은 공교롭게도 미국과 같은 15위다. 학기 초만 되면 등록금 문제로 몸살을 앓는 우리로서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