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장에 나타난 ‘로비자금 30억’ 사용처
10억5000만원- 김해오락실 점포 매입-기기 구입에 사용
3억∼4억원- 정화삼-정광용씨 형제가 개인용도로 써
1억원- 세종증권 매각과정서 심부름한 제3자 몫
나머지 돈- 다른 오락실에 5000만원-수억 펀드 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는 4일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만 해도 “꿈에라도 돈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밝혀진 진상은 노 씨의 말과는 전혀 달랐다.
노 씨는 세종캐피탈 측의 청탁을 받을 때부터 거액의 로비 대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고, 나중에 정화삼 씨 형제가 29억6000만 원을 받자 “내 돈을 내놓으라”는 요구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착수금부터 받아 로비 주도=노 씨는 2005년 3월 정화삼 씨의 동생 정광용 씨가 세종캐피탈 홍기옥 대표로부터 받은 로비 착수금 5억 원 가운데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2005년 2월 정광용 씨를 통한 홍 대표의 로비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로비 착수금의 일부를 받은 셈이다.
2006년 1월 농협이 세종증권 주식 47%를 사들이면서 로비가 성공하자 홍 대표는 정 씨 형제에게 ‘성공사례금’으로 29억6300만 원이 입금된 자신 명의의 통장과 도장을 건넸다.
검찰에 따르면 노 씨는 이때 정 씨 형제가 받은 통장을 한 번도 보지는 못했고, 정 씨 형제로부터 “사례를 받았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나 노 씨는 자신이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 부탁했기 때문에 로비가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29억6300만 원은 모두 자기 돈이라고 여겼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정 씨 형제가 통장을 쥐고 돈을 주지 않자 노 씨는 여러 차례 정 씨 형제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고, 정 씨 형제는 통장을 넘겨받은 지 두 달 뒤인 2006년 4월 당초 착수금으로 받아뒀던 5억 원에서 2억 원과 1억 원을 차례로 노 씨에게 건넸다. 노 씨로서는 정 씨 형제와 함께 29억6000만 원의 로비 대가를 받아 이 중 4억 원을 챙긴 셈이다.
정 씨 형제는 경남 김해의 오락실 운영에 10억5000만 원, 부산 수영구의 또 다른 오락실에 보증금으로 5000만 원, 펀드 등 금융상품에 수억 원을 각각 투자하고, 3억∼4억 원을 개인적으로 쓰는 등 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행성 오락실 공동운영=정 씨 형제가 2006년 7월 김해에 개장한 오락실에는 당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사행성 게임기 100대가 있었다. 하루 순이익만 2200만 원가량 됐다고 한다.
검찰은 오락실 수익금 중 일부가 노 씨 측근인 이모 씨 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노 씨의 몫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씨가 지난해 11월 사망해 수익금 배분 사실을 노 씨의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또 오락실이 있었던 김해 상가 1층은 정 씨 형제와 노 씨의 공동재산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이 상가 1층에 5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가 올해 3월 해지했는데, 이는 정 씨 형제가 노 씨의 몫을 모두 가로챌 것을 우려해 만들어 놓은 안전장치였다는 게 검찰의 추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이 여러 가지로 복잡한데 누군가의 몫을 최소한 확보해 두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