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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도층-유명인 ‘명예형 자살’ 증가

입력 | 2008-12-05 03:00:00


‘베르테르 효과’ 커 자살률 높일 우려도

“평소 완벽성 추구해 심리적인 탄력 부족”

생계 넉넉해도 자살 상담하는 경우 늘어

한전산업개발 신모(58) 발전본부장이 3일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권정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한전산업개발 인수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 씨가 큰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엔 금융업계에서 인정받던 금융부티크(비제도권 유사투자자문사) 최성국(56) 대표가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씨는 투자자들에게 손실 끼친 것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0월에는 한국중부발전 사장 재직 시절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이 불거지며 자리에서 물러났던 김영철(61)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최근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거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명예형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빈곤형 자살’ ‘질병형 자살’ ‘고독형 자살’ ‘사회형 자살’ 등은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큰 범주에선 ‘신병 비관형 자살’에 속한다. 그러나 ‘명예형 자살’은 자존심 지키기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한 자살예방센터 상담원은 “과거에는 생계가 위협받는 등 극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대개 전화를 걸어 왔지만 최근엔 어느 정도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상담원을 많이 찾는다”며 “이런 사람들은 보통 남들이 자신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등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경기 불황 등 최근 어두운 사회 현실은 이러한 명예형 자살을 더 부추기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대개 완벽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탄력성’이 부족하다”며 “어두운 사회 분위기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을 더 위축시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명인의 명예형 자살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모방 자살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은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자살이 평균 6명에게 영향을 끼치는 데 반해 유명인 자살의 파장은 수천 명에게 이른다”며 “실제 사회 지도층이 자살할 경우 한동안 자살률이 크게 높아지고 상담 전화가 폭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예형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인 의사소통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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