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잘나가는 사람들에겐 정리할 것도 없을 것 같다고? 천만의 말씀. 언제나 화려한 스타들에게도 미련과 아쉬움은 있다. 2008년의 마지막 달, 스타들이 돌아본 자신의 한 해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에게 물었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기 전 당신이 가장 정리하고 싶은 것은?’》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끝없는 식탐(食貪) 정말 짜증나요” (신봉선·개그우먼 겸 MC)
신봉선. 그녀는 올 연예계 최고의 ‘샛별’ 중 하나였다. 소탈한 캐릭터와 재치 넘치는 말투, 특유의 귀여움을 무기로 그녀는 올해 안방 TV를 꿰찼다.
신동엽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쇼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됐는가 하면, 얼마 전부터는 송은이와 함께 (역시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도 맡게됐다. TV를 켜든 라디오를 켜든, 그야말로 ‘틀면 나오는’ 스타로 성장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올 한해 ‘정리’도 조금은 심오한 것일 줄 알았다. 그런데….
“올해가 가기 전 정리하고 싶은 거요? 식탐. 정말 전 저의 식탐을 없애고 싶어요. 먹을 걸 너무 좋아하고 항상 찾아 먹다 보니까 나른하고 졸려서 이젠 집중도 잘 안돼요.” 올 한해 그녀가 히트시킨 대표 유행어 두 개는 ‘짜증 지대루다’, ‘옳지 않아’였다. 하지만 올해의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는 그녀의 모습은 웃음 지대루다. 옳다.
“작품 끝날 때마다 정리…따로 할 것 없어” (이순재·탤런트 겸 연극배우)
배우 이순재로부터는 “정리할 게 없다”는 ‘파격적인’ 대답이 나왔다.
“우리 배우란 사람들은 직업 특성상 연말연시가 별 상관없어요. 오히려 나에게는 한 작품이 끝나고 정리를 해야 하는 때가 더 연말 같아요. 이를테면 (방송 프로그램) 개편이 있는 9월쯤이 더 그런 시기지.”
그는 “3개월이면 3개월, 6개월이면 6개월, 작품이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미흡했던 점을 반성하고 새해를 맞는 기분으로 새 작품을 시작한다”며 “매일매일 현재의 작품을 열심히 하자라는 주의이기 때문에 정리할 것이 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생의 관록과 직업에 대한 정진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그의 답에서 우리는 어쩌면 다가올 새해 삶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젠 나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고파” (김창완·가수 겸 탤런트)
드라마에서, 라디오에서, 연기자이자 DJ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창완.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김창완을 김창완답게 만들어 주는 건 3인조 형제 밴드 ‘산울림’의 리더라는 수식어이다.
하지만 올해 1월 산울림의 막내이자 드러머였던 김창익 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너무도 큰 슬픔의 고통을 느껴야 했다.
“미래지향적인 삶도 중요하죠. 하지만 난 올해 막내(김창익)를 여의고 우리네 인생은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그는 거듭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이름을 건 5인조 밴드 ‘김창완 밴드’를 결성했다.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내년부터 김창완 밴드를 이끌고 클럽을 중심으로 공연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현실주의자 같지만 지금 당장 행복한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저의 상처도 서서히 치유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싶어요” (비·가수 겸 영화배우)
그가 말하는 ‘인간관계 정리’란 관계를 잘라낸다는 뜻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고 돌볼 사람을 정리하고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5집 앨범 활동을 하면서 ‘사람’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만에 방송국에서 동료들, 선후배들을 만나고 팬들도 볼 수 있게 되니 참 좋아요.” 2년 만에 5집 ‘레이니즘’을 발표하고 국내 활동을 다시 시작한 그는 “사실 그동안 언론에서 붙여 준 ‘월드스타’라는 닉네임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활동 중 오가며 만나는 후배들에게 형식적인 인사 대신 한두 마디라도 따뜻한 말을 건네려 해요. 친필 편지를 쓰거나 영상 메시지를 찍어서 팬들과의 온라인 교류도 늘리려고 하고요.”
“박약한 의지는 정리 대상 1호죠” (김영광·모델)
“올해 마음먹고 수영을 시작했어요. 스포츠센터에서 혼자 독하게 해보겠다고 결심했는데 흐지부지 되더라고요. 이런 나약한 제 의지가 정리 대상 1호죠.”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쇼 3시즌 연속 진출, 동양인 최초의 ‘디오르 옴므’ 모델 등 올해 유럽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모델 김영광은 인터뷰 내내 “올해 너무 나약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모델활동 하는데 폐활량을 키우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수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욕심만 앞선 것일까. 자유형 몇 번 하다가 그만 뒀다. 발성(發聲)에 도움이 된다며 노래도 배우려 했지만 아예 시작조차 못했다.
박약한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 그는 최근 책을 잡았다. 끈기있게 책 한 권을 독파하며 참을성을 기르겠다는 뜻이다. 책을 다 읽으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고도 했다.
“바쁘다고 핑계대는 나태함이 극복 대상” (앙드레 김·디자이너)
“영화계 스타 이영애 씨, 송승헌 씨, 원빈 씨 등 그 외 수많은 분에게 늘 바쁘다는 핑계만 대는 것 같아 아쉬워요. 나의 나태함을 제일 먼저 정리하고 싶어요.”
디자이너 앙드레 김 씨의 정리 화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나태함. 그는 거듭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4월 중국 상하이(上海)를 비롯해 7월 몽골 울란바토르, 8월 인도네시아 발리 섬 등 해외 각지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현재 그는 이달 말 완공 예정인 경기 용인시 기흥의 ‘앙드레 김 디자인 연구소’ 개관 막바지 작업에 바쁘다.
“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주변 사람들이나 이웃들을 꼭 챙길 거예요. 부모 없이 소외된 어린이들,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독거(獨居)노인이 너무 많아요. 12월이 가기 전 따뜻한 옷을 챙겨서 꼭 찾아뵈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