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훈련구장 캐링턴에서 만난 박지성(사진)은 계속된 선발 출전에도 불구하고 체력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자신있는 말투로 스포츠동아와의 단독 인터뷰를 시작했다.
맨유에서 최근 확고한 주전 스쿼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박지성에게 행복한 고민이 될만한 질문을 먼저 던졌다. “프리미어리그(EPL), 챔피언스리그, 칼링컵, FA컵, 거기에 이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벌어지는 FIFA클럽월드컵까지를 포함해 가장 애착이 가는 우승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지성은 다소 놀랍게도 “FA컵”이라고 답했다.
맨유는 2004년을 마지막으로 FA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또한 올해 5회째를 맞는 클럽 월드컵이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이벤트성 행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경기라는 것이 현지의 일반적 시각이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맨유의 우승가도에 역시 가장 큰 장애물로 언급되는 첼시에 대해 박지성은 첼시가 감독이 교체되고 선수들이 보강되어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첼시가 다른 팀들에 비해 특히 더 껄끄러운 팀은 아니라는 말로 맨유 우승 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자신했다. 비록 승점 차가 조금 있지만 아직 시즌이 중반에도 도달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역전우승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박지성은 퍼거슨을 위시한 동료 선수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선수상 등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의견과 함께 맨유에 있는 3년 동안 자신이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을 털어놓았다.
맨체스터(영국)|전홍석 통신원
박지성은 결혼계획에 대해 묻자 “그 문제에 관한 한 생각도 계획도 사귀는 여자도 없다”고 간단하게 답했다.
또 평소 여가시간에 영어공부를 한다는 박지성에게 EPL 외국인 선수로서 느끼는 영어의 중요성과 영국에서도 악명 높은 글래스고 액센트를 가진 퍼거슨과의 의사소통문제를 물어보자 “영어가 반드시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도움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다”면서 퍼거슨은 자신에게 영어를 천천히 하기 때문에 그리 큰 어려움은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명문 클럽 맨유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자웅을 겨루며 주전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박지성은 지난 3년 동안 맨체스터를 한번도 벗어나 본적이 없다고 했다. 여가시간에도 영어와 독서 등을 하며 혹독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이 있었기에 아시아 출신 선수에 대한 편견을 뛰어 넘은 오늘의 박지성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단독 인터뷰는 맨유 구단의 공식 절차를 밟아 이뤄졌으며, 인터뷰 현장에는 맨유에 있는 한국인 고문이 시종일관 배석했다. 박지성에 대한 구단 내 위상과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