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가 '물량 재배치'와 '혼류(混流)생산' 등을 통해 생산 유연성을 높이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물량재배치는 가동률이 떨어지는 생산라인에서 주문이 밀리는 다른 차종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또 혼류 생산은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드는 것으로 두 방식 모두 그동안 노조가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도입을 반대해왔다.
기아차는 4일 경기 광명시 소하리 1공장에서 조남홍 사장과 김상수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영현황설명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사합의문'을 채택했다고 5일 밝혔다.
노사 양측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소형차 생산은 늘리는 반면 수요가 급감하는 대형차나 레저용 차량(RV) 생산을 줄일 수 있는 유연한 생산체제를 구축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합의는 인기 차종용 생산 라인은 물량이 넘쳐나 해당 근로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하는 반면 비(非)인기 차종용 생산 라인은 재고 조절을 위해 정규 근로시간까지 줄이는 불균형을 해소시켜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기아차 노사는 이를 위해 이달 말부터 소하리 1공장에서 '카니발' 생산라인에서 소형차 '프라이드'를 함께 만드는 혼류 생산을 시작하는 데 이어 최근 주문이 늘고 있는 '포르테'를 혼류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송우창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 공보실장은 "조합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일단 소하리 공장에 한해서만 합의를 한 것인 만큼 다른 공장은 추가로 노사가 협의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단 유연한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물꼬가 터진 만큼 다른 기아차 공장은 물론 현대차나 GM대우차 등 다른 자동차업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 가동률이 떨어지는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일손이 모자라는 생산라인으로 보내는 '전환배치' 등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