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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링크]美 대표 여류화가의 불꽃같은 삶

입력 | 2008-12-06 03:00:00


◇ 조지아 오키프 그리고 스티글리츠/헌터 드로호조스카필프 지음·이화경 옮김/704쪽·3만8000원·민음사

《200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붉은 아네모네와 컬러’라는 제목의 유화가 620만 달러(당시 약 62억 원)에 팔렸다. 작가는 조지아 오키프(1887∼1986)였고 당시 경매가는 여성 화가의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이었다.

미국 모더니즘 미술의 대표적 화가 오키프. 그는 꽃과 조개껍데기 등을 화려하고 관능적인 색채로 표현했다.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극적인 사랑을 나눴던 사진작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1864∼1946)다.

미국의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10년간 오키프 주변의 사람들을 수십 명 인터뷰하고 오키프가 쓴 수천 통의 편지를 통해 그의 삶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

한곳에만 머물수 없었던 끼-열정

‘아트 스튜던츠 리그’라는 예술학교에 다니던 21세의 오키프는 뉴욕 291화랑에서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소묘를 본다. 다른 학생들은 그림 속 나체 여인의 선정적 곡선미를 비판했지만 오키프는 로댕의 그림 및 291화랑과 자신이 통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티스, 세잔, 피카소를 처음 미국에 소개한 이 화랑은 스티글리츠가 운영하고 있었다. 가난한 오키프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돈 많은 유부남인 스티글리츠는 그에게 완전히 반해 있었다. 오키프는 서른한 살 때 스티글리츠의 정부(情婦)가 된다. 스티글리츠는 오키프를 모델로 도발적인 사진을 찍었다.

오키프는 스티글리츠의 모델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꽃을 확대해 단순화하고 추상화한 그림으로 유명해졌다. 오키프는 1924년 스티글리츠와 결혼하지만 남편이 젊은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1945년부터는 뉴멕시코 주에서 작품에만 매달린다.

열정 가득한 화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으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가 있다. 이 책은 고흐가 가족, 동료들과 주고받으며 자신의 예술 세계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편지들을 모았다. 편지 속 고흐의 목소리를 통해 고뇌에 가득 찬 고흐의 인간적 면모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늘 두 가지 생각 중 하나에 사로잡혀 있다.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색에 대한 탐구다.”(고흐의 유일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1883년 보낸 편지)

‘절규’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삶과 예술세계를 그린 ‘에드바르 뭉크, 세기말 영혼의 초상’(을유문화사)은 가족을 차례로 잃은 뭉크의 죽음에 대한 공포, 그의 작품에 나타난 허무주의와 광기를 보여준다. 뭉크는 병약했을 뿐 아니라 서른두 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 누나, 아버지, 남동생의 죽음을 경험해야 했다. 이 책에서 드러난 뭉크는 오직 예술만이 구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살바도르 달리-어느 괴짜 천재의 기발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인생 이야기’(이마고)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중 한 사람인 달리의 자서전이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달리는 광기와 신경증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 달리는 이 책에서 자신의 예술관, 사랑, 속내를 솔직히 드러낸다.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다빈치)는 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와 공공건물의 벽을 프레스코 벽화로 채우려는 벽화주의 운동을 이끈 디에고 리베라의 예술과 사랑을 전한다. 칼로는 아스텍문명과 마야문명의 전통 세계관을 바탕으로 고통 받는 삶의 절규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