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예보의 첼리스트/스티븐 갤러웨이 지음·우달임 옮김/328쪽·1만2000원·문학동네
1992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 민족 분쟁으로 내전에 휩싸인 도시는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 와중에 길거리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미친’ 남자가 나타났다. 오후 4시면 들려오는 ‘아다지오 G단조’. 그건 한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였던 그가 얼마 전 빵을 사려다 포탄에 희생된 22명의 넋을 기리는 연주였다.
첼리스트의 연주는 곧 사라예보 시민들에게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세르비아 점령군은 이들의 결집을 꺼려 저격수를 보내기로 결정한다. 이에 시민 저항군은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 여성 저격수 ‘애로’(화살)를 내세워 그를 보호하려 한다.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 때마침 애로는 상대방 저격수 역시 따뜻한 첼로 연주에 마음을 빼앗겼음을 눈치 채는데….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실화에 바탕을 둔 소설이다. 당시 베드란 스마일로비치라는 사라예보 필하모닉의 첼로 연주자는 무고하게 희생된 시민들을 위해 22일 동안 공개 연주를 했다. ‘스트리옐라’(화살이라는 뜻의 슬라브어)란 사라예보의 여성 저격수 역시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다. 물론 이들을 연관지어 소설로 창조한 건 작가의 몫이었다.
실화건 아니건, 소설은 울컥하게 한다. 첫머리에 실린 “여러분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다”(레온 트로츠키)는 말처럼, 전쟁은 어떤 의지와도 상관없이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간다. 그 속에선 희망도 기쁨보단 슬픔에 가깝다.
하지만 그런 상태일수록 인간다움은 더욱 빛을 발한다. 넋을 기리는 연주도, 이웃을 돕는 행위도 한 송이 들꽃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뺏는다. 애로의 마지막 한마디, “아무도 누군가를 미워하라고 명령할 수 없다”.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소설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