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 연루된 ‘전형적 권력유착형 비리’ 밝혀
올 9월 세종증권 비리 단서
3개월 넘게 극비리에 내사
검사10여명 속전속결 처리
■ 친노게이트 전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이 연루된 ‘친노 게이트’는 전형적인 권력 유착형 비리라는 것이 검찰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 사건은 대검 중수부가 지난달 20일 옛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표면화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올해 9월부터 세종증권 매각 비리의 단서를 잡고 3개월여 동안 극비리에 내사를 해 왔다.
박용석 중수부장과 최재경(사진) 수사기획관, 부장검사 3명과 검사 8명으로 짜인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해 이번 사건이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일 여지를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대검 중수부는 이번 수사를 위해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 유능한 수사관들을 여러 명 차출했고, 계좌추적반 등을 포함해 60여 명의 수사관과 직원들이 투입됐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는 최 수사기획관의 집요한 추적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 수사기획관은 중수1과장으로 근무하던 2006년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을 직접 수사하면서 정 전 회장과 옛 여권의 커넥션에 의구심을 품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권 인사들의 정 전 회장에 대한 구명로비가 워낙 거셌기 때문. 그는 이번 수사 초기에 세종증권의 김형진 전 회장을 직접 조사해 이번 비리의 전모를 일찌감치 파악해 내기도 했다.
최 수사기획관에게는 세종캐피탈 측이 정화삼 씨 형제에게 로비 성공 사례금으로 30억 원을 건넬 때 차명 통장과 비밀번호를 통째로 넘기는 수법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불법 다단계판매업체 제이유그룹의 주수도 회장의 로비 수법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한편 세종증권 매각 로비에 노 씨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비롯해 이번 사건의 실체는 동아일보의 잇단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본보는 정화삼 씨 형제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인 지난달 24일 ‘정 씨 형제가 노건평 씨에게 청탁하겠다’며 30억 원을 받아간 사실을 처음 보도했다.
이에 앞서 3개월여 전인 8월 20일 검찰이 박 회장의 휴켐스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이라는 내용을, 9월 20일에는 박 회장이 세무조사 도중 출국 금지된 사실을 보도하는 등 박 회장 관련 의혹도 꾸준히 추적해 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