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구타-엄마가출에 탈선한 소년
복지재단 선생님 사랑에 꿈 되찾아
7년 전 겨울 어느 날 대구의 한 주택가. 승민(가명·당시 6세)이 아버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술에 취해 들어와 어머니를 때렸다. 난동을 부리던 아버지가 잠이 들어서야 온몸에 멍이 든 어머니는 승민이를 끌어안고 밤새 소리 없이 울었다.
다음 날 아침 승민이가 눈을 떴을 때 어머니는 집에 없었다. 계속되는 구타를 참지 못한 어머니는 “미안하다”는 편지 한 장만 남겨놓고 집을 나갔다.
그날부터 아버지의 화풀이 대상은 승민이가 됐다. 승민이는 더 심해진 아버지 구타에 어머니가 집을 나간 충격까지 겹쳐 하루하루가 악몽 같았지만 ‘엄마는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 하나로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마저 집을 나갔다. 졸지에 외톨이가 된 승민이는 이 무렵 충격적인 사실까지 알게 됐다. 친아버지는 이미 승민이가 세 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
‘아빠라 믿었던 사람이 내 아빠가 아니라니…그럼 엄마는 그 상황에 나만 남겨 두고…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데….’
여섯 살 승민이에겐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다. 승민이의 원망은 세상에 대한 반항으로 바뀌었다. 그를 돌봐주던 큰아버지의 집을 나갔다. 사람들과 시비가 잦았던 승민이는 경찰서에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결국 중학교 1학년 때인 지난해 3월 승민이는 어린이재단이 후원하는 한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졌다. 그곳에서 승민이는 이현주 선생님을 만났다.
어느 날 승민이가 중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심하게 반항한 일이 있었다. 얼마 뒤 승민이는 복지시설의 이 선생님이 학교에 찾아와 눈물까지 흘리며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승민이가 품었던 분노는 감사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선생님은 “희망은 없는 게 아니라 네가 그동안 찾지 않았을 뿐”이라며 따뜻하게 웃었다.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한 승민이는 “지난달 기말고사에서는 성적이 10등 이상 올랐다”며 기뻐했다. 또 친구를 많이 사귀기 위해 사물놀이,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 밴드부 보컬인 승민이의 꿈은 ‘노래하는 경찰관’이다. 승민이는 “경찰이 되어 나처럼 힘들게 살고 있는 아이들을 바른길로 이끌어 주고 싶다”며 “내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면서 선생님께 배운 ‘희망’을 함께 나눌 것”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