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아들 친구네 엄마가 같이 운동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헬스클럽에 등록을 하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들 친구네 엄마는 먼저 5kg을 감량하는 사람이 밥을 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내기라도 해야 더 열심히 살을 뺄 수 있을 것 같아서 수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두 달 동안 죽어라 운동해도 뺀 게 겨우 1kg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들 친구네 엄마는 두 달 사이에 내기했던 5kg을 쫙 뺐던 겁니다.
그래서 밥을 얻어먹게 됐는데, 말로는 축하한다며 밥을 먹었지만, 속상했습니다.
그 아들 친구 엄마와는 그 이후에도 계속 운동을 같이 하긴 했습니다.
저만 보면 청바지를 샀는데, 허리 치수가 줄었다는 둥, 정장 사이즈가 줄었다는 둥 그런 말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더 이상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단 생각에 더 열심히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후에 퇴근을 하면 바로 저녁을 먹고 나면 헬스클럽에 가서 꼭 두 시간 씩 운동을 했습니다.
만약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라면 저는 집에 들어가기 전 꼭 동네 한바퀴라도 돌고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틈나는 대로 운동하길 10개월 째! 제 몸무게를 12kg까지 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건 바로 다름 아닌 남편이었습니다.
하루는 술을 잔뜩 먹고 와서는 “당신 이제 운동 그만해. 그만 못 두는 거면 일주일에 세 번만 다녀!”라면서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닙니까?
저는 이 남자가 왜 이러나 싶어서 다그쳤더니 남편이 그랬습니다.
“나 이제 당신 없는 집에 먼저 들어오기 싫어. 빈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싫다는 직장동료 붙잡고 술 먹는 것도 싫다”고 했습니다. 전 투정 부리는 남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면서도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애들도 알아서 학원가고 밥 먹고 하는데, 어린애처럼 왜 그래! 난 죽어도 운동 못 그만두니까 그렇게 알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삐친 게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부부동반 모임에 갔더니 남편 친구들이 다들 저 보고 예뻐졌다며 칭찬을 했습니다.
남편은 그 소리가 싫진 않았는지 꽤 쑥스러워 했습니다. 전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에 “당신, 나 예쁘단 소리 들으니까 좋지? 그러니까 딱 1년만 참아줘. 이젠 유지만 잘 하면 된단 말야. 그러니까 1년만 참아주라, 응?”하면서 안하는 콧소리까지 해가며 남편을 달랬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못 이기는 척 알았다고 말하더니, 그제야 맘이 풀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결혼 했을 때 시어머님께서 남편은 큰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제야 그 말을 이해했던 거 있죠?
아무튼 그 날 이후로는 저도 남편에게 좀 더 신경을 써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반대로 남편이 살이 찌는 것 같아서 같이 운동을 할까도 생각중입니다.
이 양반이 도무지 제 말을 들을 생각을 안 합니다.
같이 운동하고 살도 빼고 하면 좋겠습니다.
대전 서구 | 김숙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