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할 순 없지 않은가.”
불황을 실감케 하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구조조정. 이제는 연예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닌’ 문제가 됐다.
최근 중대형 연예기획사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모색 중이다. 구조조정의 수순은 일반 기업과 유사하다. 전속 계약이 된 소속 연예인 수를 줄이는 것이다.
연예 기획사들의 구조조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계약 시점이 임박한 경우 이를 포기하거나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기획사에서 전속을 풀어주는 것.
일반 기업으로 치면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에 가깝다. 연예인이 바로 자산인 연예기획사들이 이렇게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다.
모 기획사의 관계자는 2일 “고정 비용이 수익을 압도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게 결정적인 문제”라며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현재는 미래를 내다보고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듯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에는 엔터테인먼트가 장래 유망한 사업이란 이유로 냉정한 기업 논리에서 다소 예외적인 대접을 받았지만 이제는 기획사들이 먼저 구조조정이란 결단을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연예인들은 중간급 스타나 신인이 상당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인력에 대한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엄청난 전속 계약금과 적게는 7:3 심하게는 9:1에 이르는 기획사와의 수익 배분으로 적자의 주 원인을 제공한 톱스타들은 이런 구조조정 한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톱스타는 해당 기획사의 마지노선과도 같은 것”이라며 “적자가 있어도 일정 수준의 매출이 보장되고, 또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갑자기 홀로서기를 할 처지에 놓인 연예인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 직장인에 다를 바 없는 비애를 느끼고 있다.
최근 소속사로부터 재계약 포기를 통보받은 한 남자 배우는 “막상 프리랜서처럼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니 막막하다”이라며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란 자괴감마저 든다”고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스포츠동아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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