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어느 여고에서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다 여학생 한 명이 죽었다. 왜 죽었을까? (금 밟아서) 죽었다. 이처럼 게임이란 룰에 따라 움직여야 재밌다. 그런데 파업을 한다고 위협해서 살려내면 어떻게 될까? 이 여학생은 살아나겠지만 게임은 죽는다. 시중의 조크를 재구성해 본 것이다.
품질개선 뒷전 돈잔치로 추락
슈퍼파워 시대가 가고 브랜드 파워 시대가 오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너무 높아 독과점법 위반을 걱정하던 미국의 슈퍼 빅3 자동차회사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채무불이행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보유현금이 너무 많아 걱정했다. 그런데 자동차회사는 싸고 품질 좋은 자동차로 말해야 한다는 선을 넘고 말았다.
슈퍼 자동차노조(UAW)는 퇴직 후 막대한 건강보험료까지 보장받았다. GM 노조는 회사가 무너져가는 올해 초에도 파업을 벌여 28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초래했다. 결국 자동차의 원가는 올라가고 제품 개선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70년대 50%에서 21%로 떨어졌고 6년간의 무이자 판매라는 파격 세일에도 재고는 늘어간다. 포드자동차는 익스플로러의 대규모 리콜 이후 고객 신용이 바닥에 떨어졌다.
회사를 이 지경까지 만든 책임을 져야 할 최고경영자(CEO)조차 구제금융을 위해 워싱턴으로 가면서 전용항공기를 이용하는 도덕적 해이도 만연해 있다. 기업가가 편해지면 기업은 힘들어진다. 이들이 마지못해 선언한 연봉 1달러도 신선할 리 없다. 결국 빅3는 100년 만에 자신이 아닌 소비자에 의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시장관리 실패의 채찍효과(bullwhip effect)이다. 즉 생산과 개발이 시장 요구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판매(Marketing)-생산(Production)-연구개발(R&D)의 부서이기주의와 마케팅 PR(MPR) 갈등이 문제이다. 슈퍼파워의 생산노조와 철저하게 독립적인 딜러가 조연이고 이를 관리하지 못한 기업이 주연인 셈이다. 개미를 3등분하여 머리 가슴 배로 나누는 순간 죽어버리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생산-개발-판매가 나누어지면 죽어버린다.
외부로부터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낭비를 제거하고 운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쟁을 해야 한다. 나 홀로 살아남고자 하면 전부 죽는다. 분재로 가지와 뿌리를 잘라내면 천 년을 살 수 있다. 분재가 나무를 괴롭히는 것이라면 나무는 죽어야 하지만 오히려 천 년을 사는 기초가 된다. 뿌리를 안 자르면 썩는다. 이것이 빅3의 교훈이다.
시장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위기가 위기이고, 시장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위기가 기회가 된다. 이제 나누고 싸우는 시대를 끝내고 소비자를 위해 통합하고 협력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망하는 회사는 재고 때문에 망한다. 2000만 원짜리 자동차 10만 대가 재고로 남아 있으면 2조 원이 날아간다. 400만 대 팔아서 번 수익과 비슷하다. 불황기에는 생산보다 재고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제품의 생산이 독이 되는 시대이다.
소비자위해 통합-협력하는 시대
한국의 자동차공장은 공장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생산유연성이 없다. 게다가 판매노조의 이기주의 또한 매우 심각하다. 지금 위기의 특징은 1997년의 외환위기 때와 달리 붕괴형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어떤 기업도 재고가 쌓이면서 서서히 망해갈 수 있다. 1년 후 100억 원을 번다고 해도 지금 빵 값이 없으면 굶어죽는 유동성의 위기가 오고 있다. 지금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다 보면 정작 그 뒤에 오는 결과는 엄청나다.
이제 우리 사회도 밀어붙이는 느낌표(!) 사회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는 물음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남에게 돌리면 발전이 없다. 행동대장이 아니라 생각대장이 되어서 모두가 살아남았으면 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