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천 화재 스프링클러 185개 ‘먹통’

입력 | 2008-12-08 03:03:00


비상벨과 스프링클러는 먹통이었다. 직원들의 “위험하다”는 내부 경고조차 무시당했다.

7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이천시 서이천물류센터 화재는 올해 초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때와 마찬가지로 부실한 안전시설과 의식이 빚은 참사였음이 경찰 수사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직원들이 “위험하다” 경고=이천경찰서는 용접작업 중 부주의로 불을 내 1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업무상중과실치사상)로 용접공 강모(49) 씨와 남모(22) 씨에 대해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에서 남 씨는 “출입문 용접을 하고 있는데 용접 부분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잠시 뒤 스티로폼에 불이 붙었다”고 털어놨다.

조사결과 화재 당일 이들은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용접작업을 실시해 현장에서도 사고를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들의 작업을 지켜본 일부 입주업체 직원들은 “이렇게 용접을 하면 위험하지 않으냐”며 창고 관리업체 직원에게 몇 차례 주의를 줬다. 그러나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간이 펜스만 설치된 뒤 용접은 계속됐고 결국 화재로 이어졌다.

또 화재 당시 소방시설도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 난 창고에는 복도와 사무실 등지에 비상벨 31개와 스프링클러 185개가 설치돼 있었다.

▽경찰 전방위 수사=사흘째 진화 및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소방 당국은 7일 낮 12시 25분경 5명의 사망자가 발견된 지하층 냉장실 근처의 건물 잔해 속에서 실종된 이현석(26) 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해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기로 했다.

불이 난 창고는 올해 1월 행정기관과 시민단체 합동으로 실시한 소방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또 인허가 과정에도 특별한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당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불이 난 창고는 코리아2000이 건축해 매각한 것으로 소유주는 바뀌었지만 올해 초 냉동창고 화재 때 함께 조사를 벌였던 곳”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소방시설 적법 설치 및 안전점검 부실 여부뿐 아니라 인허가 과정 전반에 대해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바로 옆에 1500억대 창고… 소방관들 사투끝 지켜내▼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들은 불이 난 건물과 이어진 코리아냉장 창고 건물로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물은 20cm 두께의 내력벽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코리아냉장 창고가 불에 타면 보관 중인 500억 원어치의 육류를 비롯해 1500억 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소방관들은 우선 콘크리트 바닥에 구멍을 뚫어 열기와 유독가스를 빼낸 뒤 큰 불길이 잡힌 곳으로 진입해 내력벽 주변에 소화약제를 집중 살포함으로써 불길이 번지는 것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다른 건물로 불이 옮아붙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실종자가 발견됐기 때문에 건물 해체를 병행하면서 본격적인 화재 진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천=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