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행복한 감독입니다.”
수원 차범근(55) 감독은 우승 확정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영화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뒤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말했던 영화배우의 소감 만큼이나 짧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한 문장이었다.
차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고 정말 멋진 분위기에서 챔피언이 됐다. 그동안 피땀 흘리고 애쓴 우리 선수들과 많은 어려움과 고난을 희생하고 감내한 선수단 가족들, 1년 내내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준 서포터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구단의 식구들, 오늘 경기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함께 땀 흘린 선수들 덕분이다”며 구단 구성원들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공을 돌렸다. 부임 첫 해 우승을 차지했던 2004년과 비교하는 질문에 차 감독은 “그 때는 어영부영 우승을 해서 좋은 맛을 못 느꼈는데 지금은 정신이 나갈 것처럼 행복하다. 지나간 시간들의 어려움이 오늘의 영광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차 감독은 축배를 드는 순간에도 K리그 순위 결정 방식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차 감독은 “K리그 1위가 또 다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 정말 모순이라는 생각에 더 챔피언이 돼야겠다는 신념을 가졌다”며 “선수들에게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어줬고 1차전이 끝난 뒤 2차전 홈에서는 꼭 이기리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올해로 수원과 계약이 만료되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 시즌 계획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있지만 계약이 이뤄지고 나서 말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아직 (계약에 대해서는) 구단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체력보다 실수가 패인…찬스때 마무리 안돼”
○FC서울 세뇰 귀네슈 감독=지금까지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했는데 아쉽다. 선수들이 끝까지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우승했다면 어린 선수들에게 더 좋은 계기가 마련됐을 것이다. 좋은 경기를 하고 졌기 때문에 상대를 축하해주고 기분좋게 경기장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오늘은 체력보다 패스 미스 등 실수가 많았다. 후반 중반 이후 선수들이 잘 해줬는데 득점 기회에서 마무리가 잘 안 됐다.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 정교하지 못했다. 다음 시즌에 더 좋은 팀, 더 좋은 결과로 팬들 앞에 다시 서겠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화보]수원, 서울 꺾고 4년만에 우승 축배!
[관련기사]수원 삼성 퍼펙트 챔프!
[관련기사]2군 반란!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관련기사]영하추위 녹인 라이벌전…이것이 축구다!
[관련기사]“PK 내가 찬다” 간 큰 ‘캡틴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