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뛰어난 제구력과 명석한 두뇌로 마운드를 평정했던 그렉 매덕스(42·사진)가 은퇴한다. 매덕스는 9일(한국시간) 윈터미팅이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뉴스 컨퍼런스를 통해 공식으로 은퇴를 선언할 예정이다.
매덕스는 1986년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올해 마지막으로 LA 다저스에서 활동한 23년 동안 통산 355승 227패 방어율 3.16을 남겼다. 355승은 메이저리그 ‘라이브볼 시대(1920년 이후)’에 배출된 투수 가운데 좌완 워렌 스판(363승) 다음으로 최다승이다.
매덕스는 이밖에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사이영상을 4년 연속(92년-95년) 수상하며 90년대에 한획을 그었다. 90년대 10년 동안 승리(176), 방어율(2.83), 투구이닝(2394.2), 완투경기(75) 등에서 같이 활동한 어떤 투수보다도 가장 뛰어난 기록을 작성했다.
자로 잰듯한 송곳피칭은 매덕스를 상징했고, 제구력의 마법사로 통했다. 메이저리그 59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을 갖고 있는 오렐 허샤이저는 “찻잔에도 볼을 넣을 수 있는 투수다”며 그의 제구력에 혀를 내둘렀다. 허샤이저도 현역 때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로 평가받았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웨이드 보그스는 “매덕스는 타자의 마음속에 앉아 있었다. 마치 글러브에 크리스탈볼을 감추고 있는 듯했다”며 상대의 수를 꿰뚫는 두뇌피칭에 감탄했다.
매덕스는 1986년 보스턴 레드삭스 로저 클레멘스가 사상 첫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을 때 내셔널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대주자로 데뷔전을 치렀다. 매덕스와 클레멘스의 투구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매덕스가 제구력과 무브먼트로 상대를 요리했다면 클레멘스는 강속구로 타자를 압도했다. 둘은 리그도 달랐고, 라이벌관계도 아니었으나 공교롭게 매덕스는 클레멘스의 354승보다 1승 많은 승수로 살아있는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최다승 기록 보유자로 남게 됐다.
매덕스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몇가지 갖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20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13승 이상)와 18차례 투수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이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다. 아울러 97년 232.2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은 단 20개에 그쳤던 기록도 마찬가지다. 보통 투수의 삼진-볼넷 비율이 3대1이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덕스는 당시 177개의 삼진으로 8.8대1의 비율을 보였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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