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중기·장기목표 세워 꼼꼼히 공략…
익숙해지는데 4개월 이상 걸려 조급함 금물
학습 플래너를 쓰는 목적은 ‘자기주도학습’이다.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학생은 여가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관리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고, 과목별 교재별로 공부 분량을 정해 학교나 학원 공부를 보충한다. 학습 플래너는 이런 학생들이 공부시간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학습 플래너를 개발한 시간관리 전문가들은 학습 플래너를 작성할 때 아래의 5단계를 거치라고 조언한다.
[Step1] 제대로 된 학습 플래너 고르기
요즘에는 공짜 학습 플래너도 많고, 다이어리처럼 예쁘게 디자인된 학습 플래너도 많다. 그러나 학습 플래너는 어디까지나 다이어리가 아닌 시간관리 도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학습 플래너를 꾸준히 쓰려면 사용법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학습 플래너를 꼼꼼히 살펴서 속지에 사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거나, 설명회, 워크숍, 온라인 사이트 동영상 강의 등을 통해 정확한 작성법을 알려주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믿을 만한 학습관련 업체에서 만든 것이면 더 좋다. 이런 학습 플래너를 고르면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다.
[Step2] 장기-중기-단기 순으로 공부계획 짜기
박동혁 한국가이던스 심리학습센터 마음과 배움 소장은 “학습 플래너를 쓰기 전에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표는 장기-중기-단기 목표 순으로 세우는 것이 좋다(그래픽 참고).
장기 목표는 장래희망과 목표 대학(학과)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의 현재 성적보다 높은 목표를 잡기 때문에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시간관리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중기 목표는 내신, 수능 등 시험에서 최종 목표로 하는 성적이다. 윤정은 예듀플렉스 개발2팀장은 “자신이 받고 싶은 내신, 수능 성적을 과목별 점수, 전체 평균 점수, 반 석차, 전교 석차 혹은 표준점수, 백분위까지 정확하게 적어 가상 성적표를 만들어보라”고 조언했다. 목표 점수나 등수를 정했다면 자신이 잘하는 과목과 취약한 과목을 분석해봐야 한다. 영어가 취약한 과목이라면 왜 그런지 원인과 개선점을 적어서 공부계획을 짤 때 반영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이 완료됐다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 수능 등 시험을 기준으로 한 월간 계획표를 짠다.
단기 목표는 주간 계획표와 일일 계획표로 나뉜다. 주간 계획표는 한 주 동안 끝내야 할 과제나 학습목표를 요일별로 고르게 배분한 것이라면 일일 계획표는 주간계획표에 따라 그날 해야 할 일을 시간대별로 과목, 교재, 분량까지 정확하게 쓴 계획표다.
초등학생의 경우 장기-중기-단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버거울 수 있다. 한국성과향상센터에서 나오는 초등학생용 학습 플래너도 1단계 월간 계획 세우기, 2단계 일일 계획 세우기처럼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Step3] ‘고정시간’과 ‘가용시간’을 구분해 활용
주간 계획표를 만들 때는 먼저 일주일 단위로 ‘고정 시간’과 ‘가용 시간’을 계산해봐야 한다. 고정 시간은 학교나 학원 수업시간, 취침시간, 식사 시간처럼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이고, 가용 시간은 여가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처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다. 시간관리의 포커스는 가용 시간을 내 목표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주일치 생활패턴을 분석해보면 남는 시간이 얼마이고, 낭비되는 시간은 얼마인지 충분히 점검할 수 있다. 박 소장은 “보통의 중학생이 갖는 가용 시간은 일주일에 40∼50시간인데 이 중 20%인 10시간만 떼서 자기주도학습 시간으로 쓰게 했더니 대부분의 학생이 성적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이라면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20%보다 많이 잡는 것이 좋다.
가용 시간 중에서 자신이 가장 집중이 잘되는 시간을 ‘골든타임(Golden Time)’으로 정해두고 취약한 과목을 공부하는 데 투자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오후 9∼11시가 특히 집중이 잘되는 시간이라면 그 시간에는 반드시 수학 문제를 풀거나, 과학 교과서를 읽겠다는 식의 목표를 세워두는 것이다.
[Step4] 매일 실행 여부 체크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계획한 대로 공부를 했는지 반드시 학습 플래너에 표시해야 한다. 해야 할 일 목록 옆에 완료(√), 연기(→), 취소(×), 진행 중(●)처럼 기호를 정해두고 체크하면 간편하다. 이렇게 체크해둬야 후속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 중’으로 표시한 것은 다음 날이라도 마무리하고, ‘연기’로 표시한 것은 주말처럼 여유시간이 많은 때 몰아서 해야 공부할 과제가 밀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Step5] 주 단위로 목표 달성도 점검
한 주가 지나면 스스로 목표 달성도를 점검해봐야 한다. 처음에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익숙하지 못해서 해야 할 공부가 자꾸만 밀리는 데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관리 전문가들은 학습 플래너를 쓰는 데 익숙해지려면 최소한 4∼6개월은 걸린다고 말한다. 학습 플래너를 정확하게 작성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시간관리법을 배우는 것은 사실 인생을 바꾸는 것인데 4개월 만에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