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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SKY 지방 로스쿨’

입력 | 2008-12-09 03:00:00


수도권에는 남한 인구의 절반, 그리고 인재와 돈의 대부분이 몰려 있다. 노무현 정권은 지방 균형발전 논리를 전매특허처럼 사용했다. 수도를 서울에서 대전 인근으로 옮기기 위해 수도이전특별법을 만들었으나 위헌 결정을 받자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으로 바꾸어 밀어붙였다. 지방을 살리는 것은 좋지만 현실을 무시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지역별 선정과 정원 배정도 지역균형 논리의 산물이다. 기존 사법시험 합격자 수와 법학교육 여건, 교수진 등 대학의 역량보다는 지역 안배에 치우쳤다. 지방대에 전체 정원 2000명의 43%인 860명을 나눠주는 바람에 서울 역차별이란 항변이 나왔다. 지방대 로스쿨에 그 지역 출신 대학 졸업자가 많이 입학하고, 이들이 현지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면 지역 발전에 기여하리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첫 로스쿨 합격자 분석에서 우려했던 바가 나타났다. 수도권 로스쿨에 정원이 부족하니 성적이 우수한 수도권 대학 졸업자가 지방 로스쿨에 대거 합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방 로스쿨 합격자 전체(경북대 제외)의 60%가 수도권 대학 출신이고, 그것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 대학’ 출신이 41%나 차지했다. 수도권 대학 출신은 변호사가 된 뒤 대부분 수도권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높다. 로스쿨에 적용한 균형논리는 허구의 정치적 논리로 판명이 날 판이다. 사시 합격자를 많이 냈거나 로스쿨 선정에서 탈락한 일부 대학은 벌써 정원 재조정과 로스쿨 추가 선정을 주장하고 있다.

▷5년 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일종의 균형논리로 당초 방침보다 훨씬 많은 5800명을 74개 대학에 배분했다. 그 결과 변호사시험 평균 합격률이 33%, 어떤 학교는 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원 미달이 된 46개 대학의 대부분이 정원을 스스로 줄이려 한다. 다양한 전문변호사를 기르려면 실력을 갖춘 로스쿨의 정원을 늘려줘야 한다는 논리에도 수긍할 점이 있다. 대학별 정원이 너무 적어 연간 2000만 원 이상의 등록금으로도 로스쿨 운영이 안 된다면 이것도 골칫거리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