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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가서 민원호소하면 정신병자?

입력 | 2008-12-09 03:00:00


中지방관리가 정신병원에 보낸 50대 “가보니 18명 더 감금”

‘상방(上訪·상경 민원 호소)한다고 정신병원에 가두다니….’

산둥(山東) 성 신타이(新泰) 시 취안거우(泉溝) 진에 사는 농민 쑨파우(孫法武·57) 씨는 자신을 멋대로 정신병원에 가둔 진(鎭) 정부의 처사에 분노했다.

쑨 씨가 신타이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된 것은 10월 19일. 그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려고 베이징(北京)에 가기 위해 타이안(泰安) 기차역에서 동료 상방인 장(張)모 씨를 기다리다 진 정부의 민원처리반 직원들에게 붙들렸다.

이들은 곧바로 그를 정신병원으로 이송했고 정신병원 측은 “나는 정신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을 무시했다. 병원 측은 되레 그가 “집에 보내 달라”고 소리칠 때마다 침대에 묶어 놓고 정신을 잃게 하는 약을 강제로 먹였다.

쑨 씨의 부인 장쉐팡(張學芳·52) 씨가 여기저기 수소문해 남편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실을 알게 됐지만 진 정부는 쑨 씨의 석방을 거부했다.

진 정부는 쑨 씨의 모친(80)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앞으로 상방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그를 풀어줬다.

쑨 씨가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는 동안 탐문해 보니 무려 18명의 상방인이 강제로 감금돼 있었다. 쑨 씨의 상방은 1988년 그가 사는 다거우차오(大溝橋) 촌의 농지가 주변 탄광에 의해 오염되면서 탄광회사가 300여 촌민에게 나눠준 보상금을 누군가가 가로채면서 시작됐다.

촌민들은 사건이 해결되지 않자 2003년부터 대표를 뽑아 상방을 시작했다.

중국의 지방 정부는 2001년 11월 중국 위생부가 발표한 “생명이 위독하거나 사회를 해칠 만한 긴박한 상황에 한해 강제로 감금해 치료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해 상방인을 감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